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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방생放生/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1. 9. 24. 18:20

방생放生

 

금동원

 

식구들은 토스터에 구워진 빵으로 배를 채운다

쌀은 왕따 당한 외톨이처럼 남아돌아

오늘도 밥통 속에서 혼자 찬밥 신세다

 

빵만 먹는 외로운 세상이 싫어

쌀도 새식구를 허락없이 들여왔다

새까맣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바구미들

 

'물에 헹궈 밥을 할까

방아를 찧어 떡을 할까

속좁고 치사한 욕망이 끓어오르고

먹지도 않던 쌀을 네놈들이 먹어치우니

배가 살살 아파

갑자기 빼앗고 싶다'

 

모름지기 살아있는 생명은 어려운 법

쌀 씻을 때 떠오르는 까만 떼죽음이 싫어

햇살좋은 앞마당에 신문지를 펴놓고

알아서 제 각각 갈 길 떠나거라

 

군식구 내보내듯 홀가분한 이별도 잠시

어느새 사라지고 흰쌀만 덩그러니

방생했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양식없는 길바닥으로 내친 꼴이 되었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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