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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저 자리에 깃든 /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1. 11. 27. 00:18

텅 빈 저 자리에 깃든

 

금동원

 

아침 산책길

빈 의자 앞에서 서성거린다

텅 빈 저 자리에 깃든 슬픔

곁에 두고도 앉지 못하는 열망

머뭇거리는 일렁임 마음을 흔든다

 

흔들리는 빈 가지에 앉은

직박구리 소리 연약한 듯 날카롭다

밤 내내 잠 못 든 길고양이

앙칼지게 핏발진 눈동자에

검은 눈물이 그득하다

 

햇살은 서늘하게 피어올라 번져간다

잠시 서 있는 여기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순간의 존재를 바람이 툭 친다

자꾸 미련처럼 뒤돌아보는 빈 의자

 

 

-《시 속의 애인》, (2021,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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