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한 소란
금동원
남루한 육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설과 신화는 이제 죽은 이야기인걸
각화된 껍질 벗기면 드러나는 붉은 살
욕망의 검은 띠를 두르고
미화된 나이테로 두꺼워지지는 말자
둥근 비명을 지르며 잘려나간 시간은
생명의 비린 습기를 품은 서글픔인걸
검버섯같이 번져가는 얼룩진 혈색은
무미건조한 삶의 고단함이 묻어
여행 직후 여독처럼 투박하게 검붉다
그리움은 점점 밋밋해지고
사막에서 불어오는 검은 모래바람은
오아시스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인걸
잘 익은 단풍나무는 환하지만
세월에 흔들리며 나이 듦은 조금 소란스럽다
-계간 《시에》, (2022 겨울호 통권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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