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방
금동원
겨울 숲을 걷는다
몇몇 희망을 믿는 푸른 잎사귀
힘겹게 매달려 있고
여름에는 보지 못했던 나무 속살은
눈물겹도록 창백하고 앙상하다
뼈의 무게는 슬픔보다 쓸쓸함이 더 커
찬바람의 서러움을 겨울나무는 온몸으로 받아내며
깊은 사색의 풍경으로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기쁨이
한 줄기 눈부신 저녁 햇살을 통과하면
인내한 삶의 시간은
한결 늠름하고 여유로워진다.
무겁지 않은 단단함으로
가볍지 않은 투명함으로
내면으로부터 차오르던 의심과 질문들은
사유의 공간을 휘돌며 경이롭고 고요한 시간으로 흘러간다.
-《古書硏究》, (2022 한국고서연구회, 통권 40호)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금동원 (0) | 2023.06.23 |
---|---|
동백꽃은 떨어지고/ 금동원 (0) | 2023.03.09 |
나이 듦에 대한 소란함/ 금동원 (0) | 2022.11.16 |
기억의 강/ 금동원 (0) | 2022.11.16 |
모과木瓜/금동원 (0) | 202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