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만 보고, 자기 결점엔 눈 감고
심리적 맹점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이를 완전히 없앨 수도 없다고 한다. 단지 맹점을 일단 파악하면 이로 인해 왜곡되는 인식을 최소화할 수 있을 따름이라 주장한다.
그는 이런 심리적 맹점 10가지를 제시하는데, 자기 결점을 보지 못하는 사례와 함께 ‘뭘 모르는지 모른다’ ‘전체를 놓치고 부분만 본다’를 3대 보편적 맹점이라고 한다.
지도를 펴놓고 지명 찾기를 할 때 깨알만한 글자로 된 것보다는 지면 전체에 걸칠 정도로 큰 지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바로 전체를 놓치고 부분만 보는 맹점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그런 것들은 배울 만한 가치가 없다는 투로 냉소적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그리스 신화나 경제현상에 대해서는 척척박사이면서도 대중문화에는 무지한 경우가 생긴다. 이런 이가 대중문화에는 정통하면서 인문학적 교양이 부족한 이를 상대할 때면 자기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맹점을 보이기 쉽다.
‘불분명한 증거에 빠지는 맹점’도 있다. 미국의 한 학술지에 “1950년 이후 매년 총기사고로 사망한 아이들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가운데 조엘 베스트란 사회학자는 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 반박했다. 1950년에 아이 한 명이 사망했고 다음 해에는 두 명, 그 다음 해에는 4명 식으로 는다면 70년 쯤에는 100만 명 이상이, 80년도에는 10억 명 이상의 아동이 총기사고로 사망한다는 통계란 것이었다. 이는 학생 총기사고의 심각성을 경계하기 위해 학술지 논문심사위원 등이 통계자료의 정확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받아들여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우리와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무조건 거부해버리는 경향 탓이란다.
책의 알맹이인 맹점을 일깨우는 대목들도 눈을 번쩍 띄게 하지만 책의 미덕이라 할 치유책도 꽤나 충실하다. 예를 들어 불분명한 증거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 무의식적 판단 돌아보기·꽉 닫힌 마음의 문 열기·상반된 증거 면밀하게 살피기 등을 제시하는데 꽤나 구체적이다. 나와 반대되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진실인가’ ‘여기에 사실이나 유용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란다. 또 우리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들은 말 중 근거가 불확실한 것은 없을까’ ‘지금까지 사실이라 주장한 내용에 중요한 허점은 없을까’를 따져보라 충고한다.
그러니 이 책은 학술서라기보다 실용서다.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갖고자 하는 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물론 ‘물이 있다는 사실을 가장 늦게 아는 건 물고기’란 중국 속담의 물고기 같다면 백약이 무효겠지만.
-김성희기자 리뷰에서-
매를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다산초당
33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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