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이듬, 건강한 백치의 관능과 용서 다섯 번째 시인: 김이듬 글 | 김도언 | 이흥렬(사진) 시인의 백치적 태도 2001년, 지금은 없어진 라는 시전문지의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이듬 시인은 우리 시단의 선명한 이색異色이다. 시적 화자로서 그녀를 통해 발화된 여성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관측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제사장으로 만신을 대리하는 듯한 허수경이나 김선우와도 다르고, 지적 균열을 내며 여성의 실존적 의미를 궁구하는 김혜순이나 진은영과도 다르다. 외관상 김이듬이 내는 목소리의 가장 명료한 개성은 특유의 천진함으로 보인다. 이 말은 단순히 그의 목소리에 꾸미거나 가공한 흔적 같은 것이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가 발성될 때, 대기의 입자를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