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19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 금동원 | 답게 ◎책 소개 아련하게 뒤돌아보니 희미하게 찍힌 아쉬움과 그리움의 흔적들 시로 등단하여 20여년째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금동원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가 출간되었다. 일상에서 새롭게 만난 나와 세상을 바라보면서 얻은 깨달음과 영화에서 배운 삶의 감회들, 책들 속에 담긴 인생길 교훈과 단상들을 엮었다. ◎목차 1부 공방 가는 날/ 벚꽃이 전하는 말/ 광화문 연가/ 힘을 뺀다는 것 달항아리의 꿈/ 목매달/ 효부 이야기/ 김씨 가족 이야기(Kim’s Family) 명절 일기/ 어머니! 안녕히 가십시오/ 혼자 눕는다는 것에 대하여 2부 칼프에서 첫사랑을 만나다/ 오사카 관망기(觀望記)/ 영국 날씨 등 ..

책 이야기 2023.12.24

한국 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사막에 가자 금동원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지난 것들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잃어버린 가슴을 찾아 엉켜버린 실타래의 마음 길을 풀고 힘겹게 엮어 놓은 나의 역사를 위해 새로 만든 이정표를 따라 사막에 가자 외로움을 묻으러 가자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처럼 다가갈수록 멀어져가는 혼돈과 무질서의 근원을 버리고 사랑으로 읽히는 별의 길을 따라 다시 사막에서 만나자 어느새 모습을 바꾼 내 안의 나 바람아 쓸어가라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방 욕망을 날리고 온전히 떠나자 죽은 사유와 썩은 의지를 버리고 텅빈 사막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국 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2023, 도서출판 책나라)

나의 소식 2023.10.25

되돌이표/ 금동원

되돌이표 금동원 저녁노을로 변해가던 햇살이 무지갯빛 공중돌기, 찰나의 마법으로 돌고 돌아 되돌이표 찍는 하루가 완성되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던 갯벌이 발효된 밀반죽의 질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찰진 바다의 비밀스런 탄력이 고개를 든다 소소한 일상들이 소리없이 튕겨 오르고 음양오행의 원리가 손금처럼 얽혀 순환하는 강화도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본질은 그대로 가치있는 삶이 돌아오는 시간 반복이, 반복하며, 또 반복을 낳고 해와 달 그리고 별과 꿈 우리는 우주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 (계간문예, 2015)

나의 詩 2022.04.21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죽음이 너무 가깝다 편의점처럼 넘쳐나는 장례식장과 발에 채이듯 쌓여가는 시신들 슬픔 없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의금의 액수로 정해진 죽음의 무게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숨 쉬고 있을까 벽에 걸린 죽음을 구경하고 책에 쓰인 죽음을 읽어가고 유행가처럼 들려주는 흔한 애도의 노래와 영화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인 죽음의 현장들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죽음은 오롯한 생명체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소낙비처럼 함박눈처럼 일기예보를 알려주듯 새벽에 눈비비면 떠오르는 죽음 속보 인터넷 검색어로 매일매일 채워지는 죽음 잠시 슬퍼하고 미친듯 동요하고 연속극처럼 휩쓸리다가 곧 잊혀져버리는 죽음들 나의 죽음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어디쯤에서 나를 지켜보며 어떤 방법으로 나를 ..

나의 詩 2022.03.01

동행.2 /금동원

《동행.2》 -장애인 안내견 금동원 " 다음에 내리실 역은 급행열차로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누가 먼저 안내방송을 들었던 것일까 침착하고 차분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서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스르르 전철 문이 열리자 여섯 개의 발이 동시에 걸어나간다 모두들 넋이 빠져 교차하는 아수라장의 번잡함 속에서 두 주인공만이 정지된 듯 고요하게 아주 우아하고 당당하게 익숙한 리듬으로 슬로우 퀵퀵, 춤을 추듯 네개의 발과 두 개의 발이 서로의 박자에 맞춰 맞은 편 전철 안으로 사라져간다 오랫동안 믿고 교감해온 익숙한 호흡 잠시 꿈 속에 있었던 듯 별빛 밝은 은하수를 따라 어디론가 미끄러져 가고 있는 듯 충만하고 눈부신 청정함으로 지하철 환승역의 탁한 공기를 맑게 순환시켜 놓고 기차는 출발했다 - 《우연의 그림..

百濟寺 비불/ 금동원

백제사 비불 - 금동미륵보살 반가 사유상 금동원 날아라! 수수께끼 같이 엉킨 세상 천년의 빛으로 이미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는 예언 귀하디 귀한몸 불구덩 속에서도 불사조로 날아올라 비와코 호수 속살처럼 맑은 명경수에 비친 네 모습 백제의 미소이니라 날아라! 천지개벽으로 다시 태어나 어제를 버리고 내일의 몸을 받았으니 자비로운 미륵불의 깊은 고뇌와 눈물방울 손바닥 안의 이치로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올라 백제사 붉은 단풍에 스민 네 모습 천년의 미소이니라 -《한국현대시문학》- 2010년 봄호, 백제 명시 특집 중에서

금동원 시집 『시 속의 애인』

시 속의 애인 금동원 애인은 내가 좋아하는 푸른 빛으로 물 속에 잠겨있다 돌연 반사되어 온몸은 파랗게 멍들고 세포 하나하나의 숨구멍은 모두 열려있다 도망쳐! 어서 달아나기를 사랑은 언제나 그림처럼 액자에 묶여 벽에 걸려있고 사람들은 서성인다, 무언가를 탐문하듯 어땠어요? 물 속의 애인에게 묻는다 봄은 돌아오고 또 돌아간다 비는 내리고 또 멈춘다 문득 물 속에 잠겨 점점 짙어지는 푸른 빛의 애인을 향해 손짓한다 우리는 갇혔어요 삶과 죽음 사이에 시와 시인 사이에 치마와 바지 사이에 과거와 미래 사이에 마지막까지 물 속에 있다 시 속의 애인이여 -시집 『시 속의 애인』, (서정시학, 2020)

나의 소식 2020.03.08

8월의 노래/ 금동원

8월의 노래 금동원 너는 매미고 나는 시인이다 온전한 목소리로 속삭이기엔 고통이 너무 큰 기다림이었기에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다 아득한 세월을 품어온 너의 핏빛 울음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나의 노래가 똑같은 이름표를 단 뜨거운 가슴이라는 것 처절하고 간절하게 뜨겁고 눈물겨운 우리들의 노래 깊은 곳에서 갓 퍼 올린 듯 신선하고 맑았으면, 이 노래가 혼절할 듯 온몸을 던져 몰아쉬는 숨소리 텅 빈 껍데기로 쌓여가는 우리들의 8월이 지나간다 노래는 늘 어렵고 시는 언제나 깊은 강 저편에 있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나의 詩 2018.08.02

소나무꽃/ 금동원

소나무 꽃 금동원 영원한 푸른 꽃이고 싶다 사방이 열린 소통이고 싶다 뿌리가 깊은 시간이고 싶다 하늘을 향해선 미소를 땅을 엿보았을 땐 겸손을 사람의 냄새를 지닌 숨결이고 싶다 무지개 빛깔의 찬란함 속에서 제 색깔을 골라내는 시선으로 서로를 보듬고 껴안을 가슴을 지니고 싶다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품고 석양의 향기를 갈무리 하는 오늘도 하루를 사는 참인간이 되리라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2011, 월간문학출판부) * 천연기념물 242호 까막딱따구리가 소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아주 찍기 어려운 사진을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이기동 사진작가의 시화작품)

나의 詩 2018.07.28

그리워지다 /금동원

그리워지다 금동원 그리움이란 멈춤 없는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다가도 문득, 울컥한 뜨거움에 목이 메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거다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는 망각이 되어 아주 오래 전 일처럼 까마득하고 아련한 여운인 거다 누군가 그리워진다는 것은 라일락 만발한 꽃밭에서 길을 잃은 봄날처럼 며칠 내내 쉬지 않고 내리는 장맛비처럼 숨이 멎을 듯 짙푸른 늦가을 하늘처럼 첫 눈이 내리면 찾아가는 옛 다방의 추억처럼 시간 속에 겹겹이 싸여 더욱 오롯하게 짙어가는 멍 같은 거다 온 몸 가득 돋아난 생 가시처럼 못 견디게 생생하고 눈물겨운 슬픔이다 외로움이 불러 낸 오래된 친구 같은 것이다 - 『우연의 그림 앞에서』, (계간문예, 2015) (작은 노트) 폭염이다. 한여름의 작렬하는 태양은 올해도 변함없이 뜨겁..

나의 詩 2018.07.16

길 2/ 금동원

길 2 금동원 아직도 사람을 살피는 나이 사람이 사는 길에서 까마득하게 멀다 바람에 섞여버린 이정표 소란스러움 속에 깃든 침묵 발걸음 마다마다 호흡이 사라진다 한동안 길을 잃고도 돌아설 수 없었던 것은 돌아간들 그 길은 맞는 것일까 깃털 하나가 허공을 가른다 햇살의 무게로 꽉 차오른 완전한 포만감 고요하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계간문예, 2015) (작은노트) 비양도를 다녀왔다. 섬 둘레길을 터벅이 걸음으로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섬 한 바퀴 전체를 모두 돌 수 있다. 요즘은 올레길로 입소문이 나서인지 사람들이 제법 오고 가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한적하기 그지 없는 아름다운 섬이다. 사색의 공간에서 떠올랐던 좋아하는 글의 한 대목이 있어 여기에 일부분 인용해본다. " ... 문득 나는 문학..

나의 詩 2018.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