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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내일의 유리(瑜璃)2/ 이기철

금동원(琴東媛) 2016. 3. 25. 00:00

 

 

내일의 유리(瑜璃)2


이기철

 

침묵 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이 다시 침묵이 될 때

열매가 익듯 내가 익을 수 있다면

내 천개의 머리카락을 뽑아 진흙 위에 펴리니

내 지닌 고뇌들이여, 마음의 진흙을 밟고 가거라

 

어느 끼니에선들 고뇌 없는 수저를 들겠는가

뿌리들이 물이 그리워 스스로 깊어질 때

맨땅에 누운 돌에는 마침내 피가 돌리

 

흐리고 사나운 마음을 밤마다 매질하면

마침내 정신은 금강석같이 굳은 금결이 될까

몸이 빌려온 수만의 밥그릇 앞에서도

영혼은 바위처럼 초연할까

 

나무야, 너는 얼마만한 채찍질로

그토록 우아한 육체를 완성하였느냐

 

내 수정같이 맑고 장석같이 녹슬지 않은 영혼 찾아 헤매는 나날

영혼의 빈곤을 쓰다듬어주던 근심의 조각들

내 한덩이 돌 얹지 않은 땅 위에

학교가 세워지고 공장이 서는 일 거룩하여라

 

돌아보면 베옷처럼 구겨진 세월

어느 아침 문득 가시 같은 깨달음 오면

나는 입던 옷 신던 신발 버리고

맨살로 대지를 적시는 수정의 물이 되리

제 몸 불태워 어둠을 밝히는

찢겨서도 영롱한 불꽃이 되리

 

내 유리를 향해 걸어갈 때

 

 

- 『유리의 나날』,( 1998,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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