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을 만들기 전에
R.M. 릴케
신은 인간을 만들기 전에 누구에게나 말해준다. 그리고
묵묵히 그와 함께 밤으로부터 나온다.
그 말, 인간이 시작하기 전에 신이 한 말,
그 구름 같은 말은 이러하다.
너의 오관으로부터
그리움의 끝에까지 가거라.
옷을 나에게 다오.
사물들 뒤에서 불길처럼 크게 자라라.
넓게 번져가는 그 그림자가
항상 나를 완전히 가리도록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만나거라.
오직 걸어가기만 해야 한다. 감정에게는 이르지 못하는 먼
곳이란 없다.
나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라.
그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토지는 가까이 있다.
그 엄숙함에서
인생을 알게 되리라.
나에게 손을 다오
그럼에도 나에게는
그럼에도 나에게는
그를 위해 모든 노래를
내 깊은 곳에 간직해 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는 떨리는 수염에 가려진 채 침묵하고 있다.
자기의 선율에서
스스로를 되찾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무릎께로 다가간다.
그의 노래가 나직이 소리내며
그의 내면으로 흘러 되돌아간다
-『기도시집』-수도사 생활의 서(1899) 중 에서, (민음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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