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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문

그리움은 문득 다가선다

금동원(琴東媛) 2020. 6. 17. 19:52
  • 제주일보
  • 승인 2020.06.16 20:24

금동원 시인

 

그리움은 길을 가다가도 걸음이 멈칫해지는 마음의 일렁임이다.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모를 아련함으로 모든 것이 갑자기 먼 곳으로 가버린 듯한 쓸쓸함이 온몸을 감싸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사라져버린 지난 봄날이 그렇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만들어놓은 사람 사이의 거리가 그렇다. 사소하고 정겨웠던 일상의 수선스러움이 그렇다.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남아 몸도 마음도 점점 삭막하고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봄은 사계절 중에 유독 기다려지고 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은 계절이다. 매화를 시작으로 노랗고 앙증맞은 산수유와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들이 서로 다투듯 피기 시작하면 옴츠러들었던 겨울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세상은 간지러움과 살랑거림으로 새살이 돋는다. 새싹을 올리는 연둣빛 나뭇잎과 들뜬 꽃망울을 보면 내 마음도 촉촉하게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사월의 거리는 온통 연분홍 감동과 흥분으로 술렁거리고 꽃향기가 진동하는 봄꽃들의 향연에 겨우내 갇혀있던 마음도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꽃 잔치가 시작되면 우리는 오락가락 잠시도 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꽃바람과 봄바람에 춤바람 난 듯 요란스레 꽃구경에 나서곤 한다.

오월은 또 어떤가. 계절의 여왕답게 세상은 가장 화려하고 화사한 빛을 뿜어낸다. 담쟁이마다 탐스러운 덩굴장미와 황홀한 빛깔의 다양한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피기 시작한다. 햇살은 얼마나 따사롭고 사랑스러운지 피부에 닿는 순간 나른해진 몸과 마음은 한없이 충만해진다. 웃음이자 노래이고 위로와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는 봄은 그리운 계절이다. 그립다고 말하면 더욱 그리워진다고 했던가. 그래도 그리운데 어쩌랴.

무더위와 장마는 이미 시작됐다. 유월이 돌아왔지만 아카시아 꽃향기에 가슴을 활짝 펴고 싶은 우리의 희망과는 조금 다르다. 다시 추가 확진, 수도권 집단감염, 자가격리, 생활 방역수칙 지키기, 사회적 거리와 일상적 거리 두기, 마스크는 필수, 선택은 없는 우리들의 코로나19 일상이 이제 익숙해졌다. 두 팔 간격의 거리는 안전한 거리가 됐고, 낯선 사람들과의 무심한 스침은 말 그대로 추적이 불가능한 숨은 무증상 확진자와 만날 수 있는 공포가 되었다. 집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고 어느 새 우리는 무덤덤하고 싸늘한 경계의 몸짓으로 움직인다.

그리움이라는 아름답고 애틋한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평범한 일상에서 느꼈던 삶의 활력을 다시 찾고 싶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올봄은 지나갔지만 멸종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봄은 다시 돌아온다. 많은 변화 속에서도 우리 모두 기다림의 인내와 화합으로 굳건하게 지켜내고 있으니까. 코로나19가 완전히 정복된 내년 봄을 씩씩하게 함께 기다려보기로 하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출처 : 제주일보(http://www.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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