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그립고 그리워도 그리워서, 라고는 못쓴다
꽃잎 빛깔 생생하게
꽃비로 내려 황홀하게 쌓여가는 동안에도
공중의 순간을 향해
‘보고있어도 그리워’라고 말하는 순간
‘너무 상투적이야’ 추억은 땅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사랑해요’가 사랑이 되는 순간
혼탁한 빛으로 탈색되어 사라지듯
‘그리워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휘발되고 남는 것은 미세한 시적 언어
그리움이라는 시어의 비말뿐이다
-《지구문학》,(2024년 여름호, 통권 제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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