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간헐적 단식 외 1편 /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4. 11. 13. 22:38

간헐적 단식

 

금동원

 

 

 

열여섯 시간 이상 위를 비우기도 하고

하루 이틀 온전히 굶기도 하고

그건 개인의 지유다

스스로 비우고 채우는 무게의 양만 깨달을 수 있다면

채울 때의 포만감과 건강한 식욕이

충만한 기쁨으로 다스려질 때

채움은 비움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누리는 무소유

자족의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즐기는

가벼움은 새로운 삶의 지향점이다

비우기의 터득에는 시간과 인내가 팔요하다

점점 가벼워져 갈 때

채우고 싶은 배고픔의 욕망

비우고 기다리고 채우고

채우고 기다리고 비우는

순정한 몸의 길을 따라 쓰는 시

간헐적 단식의 리듬

시가 건강해지고 가벼워지고

기초대사량은 높아지고 에너지 대사는 좋아지는

비우고 채우는 단순한 기다림에서

백세 시대의 건강법을 배운다

 

 

백내장

 

 

오랜만에 유리창 청소를 한다

비가 오는 날이 창문 닦는 날이라지만

이상하게 화창하여 눈이 부신 날 창문은 더 닦고 싶어진다

뿌연 얼룩과 먼지들이 시리게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안쪽 유리창은 의자를 놓고 올라가 요령껏 닦아보지만

바깥쪽은 팔을 뻗은 곳이 전부다.

원심력의 힘으로 반월만 닦인 창문은 반반의 세계다

세상은 참 공평하여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닦아놓은 세상과 얼룩진 세상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와 삶의 시야는 좁아지고

마음도 얼룩덜룩 오락가락

뿌옇게 덮여있던 먼지가 걷히는 순간,

안 봐도 될 것마저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그래도 밝아서 좋다

맑고 투명해서 좋다

찌뿌둥하게 탁해진 시가 닦여진 마음의 창문처럼 밝아지기를

지혜와 생기로 말갛게 빛나기를

 

 

- 월간 《시인》, (2024년 11월호, 통권 19호)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0) 2024.08.03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0) 2024.07.06
공중의 섬/ 금동원  (0) 2024.07.06
거미의 집 1, 2/ 금동원  (0) 2024.03.28
낙타의 눈물/ 금동원  (0) 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