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취미 85

애인 길들이기= 백자토 길들이기

백자토는 다루기 어렵고 예민하다. 이 말이 주는 감각적인 느낌(예민, 혹은 까다로움)과 감정을 흙과 직접 씨름해 가면서 실제 몸으로 체득해 갈 때의 기쁨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아, 이거였구나! 이래서 예민하다고 하는 거구나! 까딸스러움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백자토와 밀당을 해야 한다는 말을 아는가. 백자토는 대부분 물레작업이다. 백자토는 아주 도도하고 야무진 애인처럼 자신의 모습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흙이 잡토 없이 순수할 수록 더욱 그렇다. 감을 잡은 것 같아 긴장을 풀면 금새 원래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듯 힘들게 한다. 날마다 다른 촉감으로 만나고, 느끼고, 익숙해지고, 그래서 나에게는 백자토 작업이 훨씬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쫀쫀한 탄력과 부드러운 힘을 정말 밀당을 하는..

나의 취미 2018.03.15

침묵하는 하루

고요하게 고요하게 깨어 있으라~~ 그렇게 입을 다물고 침묵하고 싶은 하루가 있다. 슬픔이 고여 오든, 쓸쓸함에 휩싸이든, 아무 상관 없이 너하고만 온전히 마주하고 싶은 날이 있다. 고독孤獨 금동원 너무 적적하여 너무 막막하여 숨소리조차 소음이 되어 떠도는 날 귓바퀴 주변은 놀랍도록 웅성거린다. 홀로 서있는 사각의 링 찰나의 침묵 포요 하는 함성 이렇듯 고요함 뒤에는 항상 무서운 소리의 폭력이 숨어산다. -『여름낙엽』, (2008, 월간문학출판부)

나의 취미 2018.02.23

백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도자기에 사용하는 흙은 일반적으로 청자토와 백자토이다. 갈색을 띠는 종류의 흙에 속하는 청자토, 백색을 띠는 흙의 종류인 백자토를 말한다. 물론 다양한 종류(산청토나 분청토외 등)의 흙을 배합하여 훨씬 특별한 느낌과 개성을 지닌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처음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흙이 청자토 혹은 백자토이다. 백자토는 청자토에 비해서 까다롭고 예민하다. 까다롭다는 뜻은 흙을 자유자재로 만지기가(가지고놀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민하다는 것은 아주 섬세한 밀도를 지니고 있는 흙은(고급토는 더욱) 물을 많이 머금을 수록 제 맘대로 휘청거리고 흐믈거려 흙이 녹아 흐르는 기분이 든다. 또한 더욱 쫀쫀하게 찰져짐으로서 함부로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나의 경..

나의 취미 2018.01.13

첫 눈을 기다리며

지난 여름이 끝 날 무렵 다녀온 제주 워크숍에서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는 시간을 가졌다. 김문선 시인께서 곱게 다져서 꽁꽁 얼려온 것을 녹여 사용하였다. 한순간 소녀시절로 돌아 간 듯, 상기된 표정으로 수줍게 손을 내밀던 선생님들의 화사한 미소가 지금도 생각난다. 나도 덩달아 신이나서 열 손톱에 모두 봉숭아 물을 들였다. (지금 아주 예쁘게 물들어 있다) 작년에도 강릉 독서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선생님들과 함께 봉숭아 물을 들였던 기억이 남아있다. 첫눈 내릴 때까지 손톱 끝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잊었던 첫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했던가. 이래도 저래도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좋은거다. 설렘으로.

나의 취미 201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