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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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라 부르자/박정자의 클래식 모놀로그

◎브람스라 부르자 /박정자의 클래식 모놀로그 연극과 클래식의 독창적인 만남 배우 박정자가 소개하는 요하네스 브람스 이충걸 작가의 매우 예외적인 대본, 압도적인 듯 초월적인 박정자의 내레이션,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휘몰아치는 어떤 우수,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주는 소프라노 박성희, 언어 없이도 마음을 만지는 이지송의 영상, 고적하고 서정적인 이은석의 무대, 우현주 연출의 세련된 감각의 조화로 선보이는 단 5회의 특별한 공연. ◎연극 공연 중에 삽입되거나 직접 연주된 브람스의 곡 ​ 교향곡 3번 3악장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 트리오 4악장 가곡 오 죽음이여 나는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교향곡 1번 1악장 바이올린 소나타 1번 1악장 (바이올린 전진주, 피아노 오순영) 네개의 가곡 중 1번 영원한 사랑 다섯개의 가..

한국 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사막에 가자 금동원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지난 것들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잃어버린 가슴을 찾아 엉켜버린 실타래의 마음 길을 풀고 힘겹게 엮어 놓은 나의 역사를 위해 새로 만든 이정표를 따라 사막에 가자 외로움을 묻으러 가자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처럼 다가갈수록 멀어져가는 혼돈과 무질서의 근원을 버리고 사랑으로 읽히는 별의 길을 따라 다시 사막에서 만나자 어느새 모습을 바꾼 내 안의 나 바람아 쓸어가라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방 욕망을 날리고 온전히 떠나자 죽은 사유와 썩은 의지를 버리고 텅빈 사막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국 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2023, 도서출판 책나라)

나의 소식 2023.10.25

이승우의 사랑/ 김주연

《이승우의 사랑》 -김주연/ 문학과 지성사 ◎목차 1부 사랑에 대한 질문 1. 왜 사랑인가 문제의 발단 사람의 사랑 사랑과 폭력 2. 사랑에 대한 전설 사랑, 복잡화된 사물 사랑의 생애와 의문 어둠과 부드러움 사랑의 파국, 그 생산성 3. 신화 만들기 신화란 무엇인가 기독교, 신화인가 기독교 신화설과 폭력 소설도 신화인가 다시 사랑, 그리고 구원 2부 욕망과 불안의 사랑 1. 세상과 소설 세상의 부패, 타락, 단절 세상 속에서 글쓰기 2. 욕망과 성 성과 세상 성과 욕망 아버지와 집 죄의식, 그리고 불안 3. 성性과 성聖의 혼유混侑 의도된 혼유, 혹은 변형 불안의 지속―집, 아버지 3부 사랑, 내려오다 1. 성과 사랑 성과 사랑의 분리 성적 타락의 아이러니 사랑에서 사랑으로 2. 사랑 바깥의 사랑 독립된..

책 이야기 2023.10.11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맨 처음 잡았던 당신 손의 온기는 차가왔던가 따뜻했던가 녹아 흐르는 빙하처럼 지나가 버린 봄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망각 속 그대와 입맞춤은 뜨거웠던가 서늘했던가 두텁고 거칠게 굳어버린 비애 휘발되어 남은 존재로의 그것 회색빛 우울로 붉어진 단풍은 낙엽이 되어 쌓여만 가고 그리움의 검붉은 꽃이 피면 그대는 거기 있었던가 사라졌는가 기억은 언제나 오류 속에 갇혀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돌아온 계절은 번번이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문예운동》,(2023년 가을, 통권 159호)

나의 詩 2023.10.10

질문을 닦다/ 김향숙

질문을 닦다 김향숙 질문을 손에 쥐고 한참 만지작거린다 이쪽저쪽 섞어가며 갸우뚱거려도 중심이 서지 않는다 눈알을 좌우로 굴려도 자꾸만 넘어지려 한다 질의는 섣부르고 답변은 성급하다 어눌한 부위에서 넘어질 뻔했고 약삭빠른 부위에서는 기어이 넘어졌다 그때마다 일어선 것은 태도가 아니라 마음 다시 질문을 펴보기 위해서였다 돌멩이에 질문을 하면 퐁당 소리를 들려주거나 동그란 파문을 보여 준다 제약 없는 질문의 경우 제한 시간의 독촉이 있다 정답과 오답을 옮겨다니는 설문과 달리 대답의 한 짝은 왼발 오른발처럼 어색하고도 익숙했다 안경알을 닦듯 닦다 보면 초침을 끌고 다니는 질문의 일생이 보였다 의문만 모아 파는 책의 뒷편에는 대답만 모아놓은 별책 부록이 달려 있어 정답을 알게 되는 일은 질문을 통해 대답을 배운다..

詩 이모저모 2023.10.10

유효 기간/ 금동원

유효 기간 금동원 오랜만에 대청소를 한다 서랍 구석구석 숨겨 놓은 사연들이 먼지와 함께 뒹굴고 있다 무릎을 펴고 털썩 주저앉아 시간의 거리와 비례하는 미련들을 순서대로 펼쳐본다 버려야 사는 운명이다 비워야 사는 용서이다 실체는 없고 그저 쌓아 놓았던 욕망의 흔적들이 유효 기간이 지난 채 죽어 있다 몇 년 몇 월 몇 시로 정해놓고 딱풀처럼 딱 붙어 꼼짝 못하게 만드는 미련이든 슬픔이든 쓸쓸함이든 늙어짐이든 세상사에 이미 지나간 추억이다 하늘색 종량제 쓰레기봉투 한 가득 게으른 결단과 확신과 거짓들이 당연히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유효 기간만 믿고 살아왔던 인연의 장난 오늘에서야 처분되었다 - 《월간 시인》, (2023, 10, 통권 6호)

나의 詩 2023.10.10

길어서 길이 된 길/ 방지원

길어서 길이 된 길 방지원 참 오래 걸었다 여럿이서 혼자서 여럿일 땐 길도 얼굴도 여럿이었지만 혼자 걸을 땐 두려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가끔 신작로에서 신기루를 만나기도 했지만 내려주신 길엔 자주 물이 굽이치고 바람이 불고 전염병이 세상을 휘저었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도 내 뜻은 아니었다 다 주어도 좋을 사랑을 하고 살이 찢기는 이별을 하고 나중엔 서로의 이름을 놓아버렸다 돌아보니 텅 빈 길에 수북이 남은 마음부스러기들 마음도 마음을 밀어낼 때가 있다 몸 비듬처럼 길은 예전 얼굴이 점점 아니어도 다녀간 발자국들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왼쪽 귀에 바닷소리가 산다》,(2023, 미네르바)

Cold Case/ 허연

Cold Case 허연 한 친구는 부처를 알고 나니까 시 같은 거 안 써도 되겠다며 시를 떠났다. 또 한 친구는 잠들어 있는 딸 아이를 보니까 더 이상 황폐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를 떠났다. 부러웠다. 난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별자리 이름을 많이 알았거나 목청이 좋았다면 나는 시를 버렸을 것이다. 파킨슨병에 걸린 초파리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신중한 내연기관이었다면 수다스럽게 시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또 시를 쓴다. 그게 가끔은 진실이다. 난, 언제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 부처에게로 떠난 친구나, 딸아이 때문에 시를 버린 친구만이 끝까지 갔다. 미안하다.미안하다. 내 시가 누군가의 입맛을 잃게 해서. 끝까지 가지 못해서. -《..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22 19:21 금동원 시인 얼마 전 몽골에 다녀왔다. 칭기즈칸 신공항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큰 규모의 깔끔한 공항이었다. 수도 울란바토르 역시 초원의 유목민과 게르를 상상하고 온 여행객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신도시개발처럼 고층의 고급아파트와 건물들이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문화적 공간들이 만들어져 이국인의 눈으로도 상업 자본화되어가는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몽골은 평균 고도가 1500m 높이의 고산지대로 9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상의 얼어붙은 동토의 땅으로 변한다. 그러나 7월과 8월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계절적으로 한국의 초가을처럼 쾌적하다. 파랗게 맑은 하늘과 구름, 눈부..

나의 산문 2023.08.22

김혜순의 말

《김혜순의 말》- 글쓰기의 경이 -김혜순/황인찬 인터뷰/ 마음산책 “시는 인간 존재를 다른 곳으로, 더 나은 곳으로 이끕니다” 경계를 무너뜨리며 흘러넘치는 목소리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의 삶과 글쓰기에 대하여 40년 넘는 시력으로 한국 현대시의 저변을 넓혀온 김혜순 시인의 인터뷰집 『김혜순의 말』이 출간되었다. 황인찬 시인이 인터뷰어로 참여하여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서면으로 주고받은 대화를 묶은 책이다. 시란 무엇이고 시인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뿐 아니라 삶과 예술에 대한 폭넓은 사유를 두 시인의 밀도 높은 언어로 담고 있다. 육체성과 타자성, 죽음과 고통, 가족과 시대의 억압, 여성으로서의 글쓰기 등 김혜순의 작품 세계에서 도드라지는 주제 의식들을 그의 생애와 겹쳐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기..

책 이야기 2023.08.21

황토/ 김지하

대학시절 김지하는 우리들에게 영웅이자 투사였다. 세대가 확연히 다른 1941년생이였지만 그는 20대에 4.19와 5.16을 직접 몸으로 겪고 그 시대의 굴곡진 현대사와 생명이라는 존재의 펄덕거림과 피끓음을 시(글)을 통해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활화산같이 뜨겁고 황톳길 같은 시는 눈물겹고 척박한, 거칠고 불안한 삶의 한 가운데서 끝내 살아가야하고 살아야만하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하는 듯 했다. 대학시절 우리는 민주화와 광주 사태에 대한 무기력한 분노와 참담함으로 교내 데모나 흉내내는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답답함과 운동권은 아니였지만 시대에 대한 젊음의 무기력한 부채의식과 절망감으로 모두 힘들어했다. 캠퍼스 안에서 수업을 거부하고 교문 밖으로 나가보려는 학생들의 분위기에 각 학과의 교수들은 전..

책 이야기 202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