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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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을 씻고/ 김복희

손발을 씻고  김복희  노트 앞 장에 프랑스 광대 사진이 붙어 있다친구는 프랑스 광대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시인이 분장한 사진이라고 했다외줄 타는 남자, 호랑이 옆에 선 여자, 스타킹을 매만지는 무용수들 사진이다 팔리고,남은 것, 아무도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고시인은 혼자서 많이 많은 것을 좋아했다고 들었다친구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사진을 팔러 먼저 가 있겠다고 했다전염병처럼인간이 옮는 것이다잘 안되는 것이다손발을 씻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도노출되는 것이다빛에흰 얼굴이 만져진다  -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 2018, 민음사 )

《여성문학》3호

나의 오르페우스   금동원  뒤돌아보지 마라백만 년 만에 마주한 정갈한 미소는시공을 초월한 그리움길고 긴 기다림의 상징이다 섬세한 생의 사잇길에서 깨달은 진실지상의 찬란한 빛은 무덤 같은 이별의 슬픔이 되어동굴 속 에우리디케는 시의 깊은 안개빛으로 사라져갔다 거룩하게 가는 길조화롭고 깊은 길아름답고 슬픈 길 태양의 황금빛이 푸른 하늘길을 열 때까지가을 코스모스가 땅의 길을 열 때까지음유시인은 거문고 별자리에서 지극한 사랑의 시를 노래하며 잠잠하게 기다린다  《여성문학》, ( 2024년 하반기, 제 3호)

나의 소식 2024.11.13

텍스트 힙

텍스트 힙 삼다일보 승인 2024.11.12 18:50 금동원 시인   요즘 MZ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을 뜻하는 은어 힙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책을 읽고 즐기는 지적 활동, 독서를 하는 것이 멋지다는 뜻이다. 동네의 작은 독립서점이나 북카페 등에서 책을 구매하고 독서 클럽을 만들어 책을 토론한다. 그들의 일상적 생활 전반은 차별화된 유행을 따르는 문화와 연결되어있고 그것도 멋이다. 독특한 개성과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스타일로 즐기는 놀이가 책 읽기라니 우선 반갑다.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만, 책을 멋이나 유행으로 읽든 지적 목적으로 읽든 책을 읽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얼마 전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20..

나의 산문 2024.11.13

2024 지하철 시 선정작 모음집

비자림榧子林*에서   금동원  마음은 평온의 날개를 달고고요하고 신비한 시간을 걷는다천년의 무게로 내려앉는 햇살에빛은 그림자의 걸음으로 그늘이 된다 나뭇가지에 앉은 지빠귀 한 마리가만히 귀 기울이면 투명한 소리의 열락깨끗하고 예민한 노래는절대 청감을 지닌 우주 새 같다 송이 화산석을 뽀드득 밟고 걷노라면우주적 교감으로 뺨에 닿는 손길부드럽게 스쳐 가는 바람의 온기에뒤돌아보면 깃털처럼 휙 사라지고 없다  *비자림: 천년의 세월이 녹아든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장소다.

나의 소식 2024.11.13

간헐적 단식 외 1편 / 금동원

간헐적 단식  금동원   열여섯 시간 이상 위를 비우기도 하고 하루 이틀 온전히 굶기도 하고그건 개인의 지유다스스로 비우고 채우는 무게의 양만 깨달을 수 있다면채울 때의 포만감과 건강한 식욕이충만한 기쁨으로 다스려질 때채움은 비움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이다.필요한 만큼만 누리는 무소유 자족의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즐기는 가벼움은 새로운 삶의 지향점이다비우기의 터득에는 시간과 인내가 팔요하다점점 가벼워져 갈 때채우고 싶은 배고픔의 욕망비우고 기다리고 채우고채우고 기다리고 비우는순정한 몸의 길을 따라 쓰는 시 간헐적 단식의 리듬시가 건강해지고 가벼워지고기초대사량은 높아지고 에너지 대사는 좋아지는비우고 채우는 단순한 기다림에서백세 시대의 건강법을 배운다  백내장  오랜만에 유리창 청소를 한다비가 오는 날이 창..

나의 詩 2024.11.13

고요한 읽기/ 이승우

《고요한 읽기》-이승우/ 문학동네   “그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흩어져 있는 것을 한데 모으기’,즉 생각하기다.”고요한 몰두를 통해 얻어낸 소설가 이승우의 생각들작가 인생 43년, 소설쓰기로 인생에 복무하는 작가 이승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기둥인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 위에 지은 집 같은 산문집을 펴낸다. 『고요한 읽기』는 작가가 제안하는 하나의 읽기 방식이자, 그 방식이 불러일으킨 생각을 정리한 문학에세이, 그간의 소설 작업에 대해 스스로 붙인 “주관적 주해” 혹은 창작론, ‘쓰기-읽기-살기’가 빚은 한 작가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왜 쓰는가, 어떻게 문학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구도자처럼 몰두해온 그가 선택했던 이 방식은, 다만 문학작품에 국한되는 것은 ..

책 이야기 2024.10.09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176 - 금동원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176 - 금동원기자명 뉴스경남  입력 2024.09.12 11:17 수정 2024.09.12 15:30 댓글 0  임플란트 금 동 원   어른이 된다는 것은스무 개의 유치를 버리고 서른두 개의 성숙을가능한 잘 보존하는 의무도 있다영구치 스물여덟 개 사랑니 네 개를죽는 날까지 모두 간직하는 건욕심을 넘어 탐욕이다쉽지 않은 방어벽을 구축하며 버텨보지만뾰족한 혹은 허술한 그 어디쯤비참하게 텅 빈 구멍들잇몸에서 떨어져 나간 시어 조각들 사이로진실이라 믿었던 위선의 시 쿠데타영원할 거라 믿었던 물질의 덩어리욕망의 사치스러운 배열더 견고해질 희망으로 존재의 문장을 세운다하나둘 늘어가는 작품들희소가치가 있게 소수만 소장하고 싶다더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예술이라는 흔적이너무..

나의 소식 2024.09.2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삼다일보 승인 2024.08.20 18:14  금동원 시인    올해 한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런 무더위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듯 살인적이다. 장마가 끝난 후 찾아드는 후덥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는 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환경 변화가 불길한 예언처럼 적중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제 아열대 기후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불가항력으로 어쩌지 못할 때 주어진 상황을 차라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어떤 위험성을 내포한 난감한 문제나 재해와 맞닥뜨렸을 때는 당연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보는 게 지혜로울 수 있는 예외도 있..

나의 산문 2024.08.20

2024 무크지《상상탐구 》10호

아버지 외 1편   금동원  당신도 한때는 푸른 남자였습니다눈빛은 뜨겁고 입매는 담백했던가슴 깊숙이 품었던 연정만큼 모든 것을 꿈꾸었고그때는 그거면 다 품은 거라 믿었던 시절청춘도 사랑도 떠나고 남은 건 역겨운 세월뿐희미한 미소에 감춰 둔 회한이미 사라지고 없는 하얀 기억들그래도 후회는 마십시오아쉬움과 연민으로 동정받지 마십시오당당한 눈빛과 연둣빛 목소리에서아름다운 한 남자의 푸른 일생을 기억합니다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아버지, 사랑합니다   시아버지의 제사  오늘은 시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다아버님 오셨습니까아버님 돌아가신 날은 짙푸른 가을이었습니다어찌나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달던지햇살은 무르익어 향기롭고온 세상이 적당히 풍요롭고 평화로웠지요가끔 높고 파란 가을하늘을 보면짙은 그리움 한 조각 구름 되어 ..

나의 소식 2024.08.03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봄날의 화사한 꽃나무 사이로꽃잎 흩날리듯마음의 창에 떠다니는 구름 한 조각 희망으로 얹혀놓는 일 배추흰나비 한 마리봄바람 꽃밭 속을 제 마음대로 날아다니며앉을 곳 찾아 떠다니고 팔랑거릴 때눈앞은 늘 그리움으로 아득해진다 어느덧 자유로워진 영혼은흐려진 안목과 치우친 균형 사이를 어른거리며 쏘다닌다불쑥 번개 같고 가끔 문학적이다불편하지만 함께 가야 할 시우다  -《계간문예》, (2024,여름호 , 통권76호)

나의 詩 2024.08.03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그립고 그리워도 그리워서, 라고는 못쓴다꽃잎 빛깔 생생하게 꽃비로 내려 황홀하게 쌓여가는 동안에도공중의 순간을 향해 ‘보고있어도 그리워’라고 말하는 순간‘너무 상투적이야’ 추억은 땅을 향해 곤두박질친다‘사랑해요’가 사랑이 되는 순간혼탁한 빛으로 탈색되어 사라지듯‘그리워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휘발되고 남는 것은 미세한 시적 언어그리움이라는 시어의 비말뿐이다  -《지구문학》,(2024년 여름호, 통권 제106호)

나의 詩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