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1.29
단편斷片 단편斷片 서정주 바람뿐이더라, 밤하고 서리하고 나 혼자뿐이더라. 걸어가자, 걸어가 보자, 좋게 푸른 하늘 속에 내피어 익는가,능금같이 익어서는 떨어지는가. 오- 그 아름다운 날은...... 내일인가, 모렌가 내 명년인가.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1.28
차우차우 차우차우 김진기 사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향이 보인다 달라이라..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1.17
폴터가이스트 폴터가이스트 성은주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 천, 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나무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과 가볍게 탭댄스를 추지 그들은 의자며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고 가끔,..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1.17
The Last Train The Last Train 오장환 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시집 '헌사'에 수록)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1.14
겨울 사랑 겨울 사랑 문 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싶다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1.01
둥근 발작 둥근 발작 조말선 사과 묘목을 심기 전에 굵은 철사줄과 말뚝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십시요 흰 사과꽃이 흩날리는 자유와 억압의 이중구조 안에서 신경증적인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곁가지가 뻗으면 반드시 철사줄에 동여매세요 자기 성향이 굳어지기 전에 굴종을 주입하세요 무엇보다 .. 시인의 詩를 읽다 2009.11.30
푸르른 날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시인의 詩를 읽다 2009.11.01
생명生命의 서書 생명生命의 書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아라 --- .. 시인의 詩를 읽다 2007.05.29
책 책 김현승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 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 듯 조심스러이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 시인의 詩를 읽다 2007.05.17
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김영남 비가 내린다, 비가 떠난 그녀가 좋아하던 봄비가 내린다 삼각지에 내리고, 노량진에 내리고, 내 창에도 내린다. 내 창에 내리는 비는 지금 고 년! 미운 년! 몹쓸 년! 하면서 내린다. 머리 끄덩이를 잡고 끌면서...... 길게 내린다. 비가 욕을 하면서 저렇게 .. 시인의 詩를 읽다 2007.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