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과 더불어 구 상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 풀에 돋아서 흰 고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 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한국대표시인101인시선집- 구상』,( 2002, 문학사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