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의 역사 정끝별 여든 넷의 아버지는 관장중이시다 늙은 간호사에게 엉덩이를 내맡긴 채 손가락 두 매듭이 들어갈 정도로 깊숙히 밀어넣어야 한다며 당부중이시다 벗겨진 아버지 엉덩이 나 애써 외면했으나 항문 밑으로 늘어진 귀두 다 보아버렸으니 어린 딸 항문에 관장약을 밀어넣듯 아버지 낡은 항문에 손가락 두 매듭을 깊숙히 밀어넣을 수 있을 때 그제서야 나는 여자가 될 수 있고 날 낳은 몸을 내가 낳은 몸처럼 관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어미가 될 수 있을 텐데 모든 사랑은 항문에서 완성되는 것이라서 내 깊은 항문을 누군가에게 내 맡길 때 그제서야 내 사랑도 완성 될 것이고 오므렸다로 시작해 벌렸다로 끝이 나는 이 사랑의 기복을, 괄약하고 괄약했던 뒤창자 끝을, 쏱아낼 수 있을 텐데 -시집 『은는이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