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253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가까이 알게되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민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 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히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

항문의 역사/정끝별

항문의 역사 정끝별 여든 넷의 아버지는 관장중이시다 늙은 간호사에게 엉덩이를 내맡긴 채 손가락 두 매듭이 들어갈 정도로 깊숙히 밀어넣어야 한다며 당부중이시다 벗겨진 아버지 엉덩이 나 애써 외면했으나 항문 밑으로 늘어진 귀두 다 보아버렸으니 어린 딸 항문에 관장약을 밀어넣듯 아버지 낡은 항문에 손가락 두 매듭을 깊숙히 밀어넣을 수 있을 때 그제서야 나는 여자가 될 수 있고 날 낳은 몸을 내가 낳은 몸처럼 관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어미가 될 수 있을 텐데 모든 사랑은 항문에서 완성되는 것이라서 내 깊은 항문을 누군가에게 내 맡길 때 그제서야 내 사랑도 완성 될 것이고 오므렸다로 시작해 벌렸다로 끝이 나는 이 사랑의 기복을, 괄약하고 괄약했던 뒤창자 끝을, 쏱아낼 수 있을 텐데 -시집 『은는이가』,(2..

황무지(The Waste Land)

황무지The Waste Land 황무지 / T. S. 엘리엇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Memory and desire, stirringDull roots with spring rain.Winter kept us warm, covering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다시 움트고 살아나야 하는 4월 ‘4월은 잔인한 달’..

사랑의 병법/정끝별

사랑의 병법 정끝별 네가 나를 베려는 순간 내가 너를 베는 궁극의 타이밍을 일격(一擊)이라 하고 뿌리가 같고 가지 잎새가 하나로 꿰는 이치를 일관(一貫)이라 한다 한 점 두려움 없이 열매처럼 나를 주고 너를 받는 기미가 일격이고 흙 없이 뿌리 없듯 뿌리 없이 가지 잎새 없고 너 없이 나 없는 그 수미가 일관이라면 너를 관(觀)하여 나를 통(通)하는 한가락이 일격이고 나를 관(觀)하여 너를 통(通)하는 한마음이 일관이다 일격이 일관을 꽃피울 때 단숨이 솟고 바람이 부푼다 무인이 그렇고 애인이 그렇다 일생을 건 일순의 급소 너를 통과하는 외마디를 들은 것도 같다 단숨에 내리친 단 한번의 사랑 나를 읽어버린 첫 포옹이 지나간 것도 같다 바람을 베낀 긴 침묵을 읽은 것도 같다 굳이 시의 병법이라 말하지 않겠다 ..

시벽(詩癖)/이규보

시벽(詩癖) 이규보 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고 지위 또한 삼공(三公)에 올랐네 이제는 시 짓는 일 벗을 만하건만 어찌해서 그만두지 못하는가. 아침에 귀뚜라미처럼 읊조리고 저녁엔 올빼미인 양 노래하네.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 아침저녁으로 몰래 따라다니며 한번 붙으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날이면 날마다 심간(心肝)을 깍아 몇 편의 시를 쥐어짜내니 기름기와 진액은 다 빠지고 살도 또한 남아있지 않다오.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니 이 모양 참으로 우습건만 깜짝 놀랄 만한 시를 지어서 천년 뒤에 남길 것도 없다네. 손바닥 부비며 혼자 크게 웃다가 웃음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본다. 살고 죽는 것이 여기에 달렸으니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려워라. 年已涉縱心 位亦登台司 始可放雕篆..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 Souza)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 없는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Dance, like nobody is watching you.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Sing, like nobody is listening you. Work, like you don't need money. Live, like today is the last day to live. -Alfred D Souza-

티벳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이성선

티벳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이 성선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그의 영혼은 길가에 핀 풀꽃처럼 눈부시다 새는 세상을 날며 그 날개가 세상에 닿지 않는다 나비는 푸른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처럼 맑은 얼굴로 아침 정원을 산책하며 작은 날개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한다 모두가 잠든 밤중에 달 피리는 혼자 숲나무 위를 걸어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할 것 잎 떨어진 나무에 귀를 대는 조각달처럼 사랑으로 침묵할 것 그렇게 서로를 들을 것 『내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2000, 세계사)

올 여름의 인생 공부/최승자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 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x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xx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 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 하는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

자비경(慈悲經)

자비경(慈悲經) 완전한 평정 상태를 언뜻 맛보고서 더욱 더 향상을 이루고자 애쓰는 사람은 유능하고, 정직하고, 고결하고, 말이 점잖으며, 온유하고 거만하지 않아야 하리. 만족할 줄 알아 남들이 공양하기 쉬워야하며 분주하지 않고, 생활이 간소하며, 감각은 고요하고, 사려 깊을지니, 현자에게 질책당할 어떤 행동도 삼가할지라. 그런 다음에 이와 같은 생각을 기를지니 모두가 탈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어떤 것이든 하나도 예외없이, 약한 것이든 강한 것이든, 길든 크든 아니면 중간치든, 또는 짧든 미세하든 거대하든, 눈에 보이는 것이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든 또 멀리 살든 가까이 살든 태어났든 태어나려 하고 있든,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서로 속이거나 헐뜯는 일이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