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폭력 영화를 본다/신달자 나는 폭력 영화를 본다 신달자 당신 오늘 배부른가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 상 위에는 가득 음식 차려지고 술도 한 잔 올렸으리라 당신이 제사상을 받고 있을 때 나는 영화를 보고 있었어 에로틱한 영화 폭력 영화 어느 것을 볼까 망설이다가 나는 폭력 쪽으로 마음을 돌렸어 에로틱은 영 ..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9.14
물맛/장석남 물맛 장석남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언덕 보리밭 바람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없이 그저속에서 훤칠하게 두벅뚜벅 걸어 나오는,그 걸음같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 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8.26
제 자리 걸음/무산 조오현 제 자리 걸음 무산 조 오현 마을 사람들은 해 떠오르는 쪽으로 중(僧)들은 해 지는 쪽으로 죽자사자 걸어만 간다 한 걸음 안 되는 한뉘 가도 가도 제 자리 걸음인데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7.19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6.09
물 물 함민복 소낙비 쏟아진다 이렇게 엄청난 수직을 경험해 보셨으니 몸 낮추어 수평으로 흐르실 수 있는 게지요 수평선에 태양을 걸 수도 있는 게지요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6.05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어느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때는 기쁘게 기쁠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4.25
蘭 蘭 박목월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포기 蘭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곳에..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3.10
귀천(歸天)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3.06
울음이 타는 가을강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 시인의 詩를 읽다 2010.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