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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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집 청소/ 금동원

생의 집 청소 금동원 봄꽃도 앞다퉈 피다가 말고 아차, 이건 너무 복잡한 화려함이야 고요하게 낙화한다 인연이라 여기며 붉은 색실로 엮어왔던 사랑도 그렇지, 이건 너무 복잡한 사연들이야. 엉켜버린 시간을 한 올씩 풀어가며 고요하게 흘러간다. 갈망했던 욕망의 자리는 담백하고 간결하게 투명하고 홀가분하게 마음에 쏙 드는 미니멀리즘*이 되어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생의 집 청소하는 날 애썼어, 아득하게 돌아가야 할 길 마음은 개운하고 정갈하다 *미니멀리즘: 장식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표현을 아주 적게 하는 문화 예술 기법 -《문예운동》, (2022 가을호 통권 155호)

나의 詩 2022.09.20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 -뮤지컬/제작: 진켈리. 스텐리 도넌 아마츄어 쇼 코미디언인 돈 록우드(진 켈리 분)와 코스모(도날드 오코너 분)는 공연을 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뜻대로 되지않자 새 일자리를 얻기위해 헐리우드로 온다. 그런데 우연찮게 돈 록우드는 마뉴멘탈 영화사의 스턴트맨역을 따내게 되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여배우인 리나 레이먼트(쟌 하겐 분)와 함께 다수의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단연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도 잠시, 헐리웃 영화계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체제로 전환됨으로써 목소리 연기가 너무나 형편없는 리나 레이먼트 때문에 영화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 그 때문에 돈 록우드와 그의 영화는 완전히 인기를 잃게 된다. ..

영화 이야기 2022.09.20

사랑스러운 추억/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년 5월 13일

늙은 대추나무/ 금동원

늙은 대추나무 금동원 회임과 탄생, 끝없는 생명의 역사는 덧없이 오그라들고 하늘을 향해 치솟던 당당한 시절 꽃피울 권리와 열매 맺을 권리 모두 얽히고 꼬여 전설이 된 나무 흔든다고 흔들리다니요 살짝, 아주 살짝만 건드렸는데 후두둑 툭툭 주름지고 메마른 열매 다 떨어집니다 온몸으로 계절을 받아내며 품었던 시詩 까칠한 가시와 앙상한 뼈대 풋풋했던 초록을 기억하는 붉고 얇은 입술 서늘하고 달달했던 영광도 세월 참 무상하고 씁쓸합니다. -월간 《순수문학》, ( 2022 9월 통권 346호)

나의 詩 2022.09.16

한 줄도 너무 길다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편역 | 이레 | ◎책 속으로 하룻밤 재워주고 한끼 밥을 사준 사람에 대해선 절대 당연히 여기지 말라, 사람들에게 아첨하지도 말라, 그런 짓을 하는 자는 천한자이다. 하이쿠의 길을 걷는 자는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저녁에 생각하고 아침에 생각하라, 하루가 시작될 무렵과 끝날 무렵에는 여행을 중단하라, 다른 사람에게 수고를 끼치지 말라, 그렇게 하면 그들이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들의 이러한 철저한 방랑은 현대 시인 나나오 사카키에게도 이어졌다. 제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는 유럽, 한국, 중국, 미국, 호주, 스리랑카 등지를 걸어서 여행하며 일본어와 영어로 시를 썼다. 굳이 하이진들이 일깨워주지 않아도 인생은 근원적으로 외로운 것이며, 온갖 부조리한..

詩 이모저모 2022.08.28

하얼빈/ 김훈

《하얼빈》 -김훈/ 문학동네 ◎책 속으로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말」중에서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길이 열리면 이 세계는 그 길 위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한번 길을 내면,..

책 이야기 2022.08.20

멀고도 가까운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저/김현우 역 | 반비 |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삶의 고비들을 건너게 해 주는 이야기의 힘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작가로 잘 알려진 리베카 솔닛의 신간.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에 관한 에세이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프로이켄의 『북극 모험』,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백조 왕자』 『룸펜슈틸츠헨』 같은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가 주변의 여러 삶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책 이야기 2022.08.09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김혜순 저 | 문학과지성사 “모래의 시간은 늘 이별이야” 지배적 언어에 맞서는 몸의 언어로 한국 현대시의 미학을 갱신해온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의 열네번째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567으로 출간되었다.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서 김혜순은 세상의 죽음을 탄식한다. 1부는 시인의 ‘엄마’가 아플 때와 돌아가신 후에 죽음을 맴돌며 적은 비탄의 시들이다. 2부에는 코로나19라는 전 인류적 재난을 맞이한 시대적 절망이, 3부에는 죽음의 바깥에서 텅 빈 사막을 헤맨 기록이 담겼다. 시인은 사적으로 경험한 병과 죽음을 투과하여 세상의 죽음을, 그 낱낱의 죽음에 숨겨진 비탄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비탄의 연대를 도모하면서 모래처럼..

詩 이모저모 2022.08.08

세라핀 Seraphine, 2008

세라핀 Seraphine, Séraphine, 2008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앤 베넨트, 제네비에브 음니히 세상은 외면했지만 신이 사랑한 천재, 그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축복 그리고 그녀를 알아봐 준 단 한 사람! 파리의 북동쪽의 작은 마을 ,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세라핀”. 그녀는 땔감이나 집세 낼 돈마저도 모두 털어 그림 재료를 사들이고 들꽃이나 풀, 심지어는 교회의 촛농까지도 훔쳐다가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 “세라핀”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고 조롱할 뿐이다. 예술가로서의 성공도,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도 아닌 자신의 본능에 따라 그림에 몰두하는 자유로운 영..

영화 이야기 2022.08.07

한치잡이 배에 불 밝히듯

뉴제주일보 승인 2022.08.02 21:42 금동원 시인 한림항 근처의 한수리 마을 포구 앞 톤대섬 일몰은 특별히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신비로운 노을빛을 마주하면 마음은 언제나 경건하고 숙연해진다. 맑고 투명한 날은 주홍빛 노을의 밀도가 더욱 선명해져 화려하게 번지는 하늘빛은 범 우주적 공간처럼 경이롭다. 석양이 사라지고도 아득하게 퍼져있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황홀함은 평화로운 여운과 고요가 어울려 단 한 번뿐인 찰나의 풍경화가 된다. 이 무렵 항구 근처는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다로 출항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한치잡이 배들이다. 눈이 시릴 정도의 전등을 환하게 매단 크고 작은 어선들이 한치잡이를 나가느라 분주하다. 활력 넘치는 바다는 어부들의 건강하고 억척스러운 고단함이 스며있..

나의 산문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