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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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무크지《상상탐구》9호

아픈 손가락 금동원 거짓과 진실은 떳떳한 손의 앞뒤를 닮아 손등은 찬사와 미화된 감동으로 매끈하지만 손바닥은 미세하게 긁힌 상채기로 움켜쥔 주먹을 만들기도 한다 ‘알아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는 이성적 끄덕임은 거짓일까? ‘내가 다 알아요’ 가슴에 얹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작은 진실은 슬픈 노래야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는 거짓에서 진실까지의 거리와 닮았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이 만나 다짐하고 다듬고 버티고 버텨 찢기고 피 흘렸던 아물린 푸른 빛의 흉터는 사라지지 않을 아픈 손가락이다 결이 다른 나무 마주하다 보니 알겠다 헤겔의 변증법적 대화로도 결이 너무 다른 나무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진리와 열망을 서로에게 담을 수 없다는 걸 오랜 파도의 일렁임은 이제 고요함으로 차분해져 악몽에서 깨어난..

나의 소식 2023.07.16

제주기행/ 주강현

《제주기행》- 돌담의 역사부터 감귤밭의 눈물까지 제주와 교감하는 첫 번째 입문서 -주강현 지음/각(GAK) 청년 시절부터 제주도와 인연을 맺어온 주강현 교수가 그 사랑의 결실로서 처음으로 제주에 관한 책을 내게 되었다. 그의 시선은 바람, 돌, 곶자왈 등 모질지만 특이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제주의 자연과 그 배후에 숨 쉬고 있는 험하고 고단했던 역사에 날카롭게 꽂혀 있다. 놀랍다.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착실히 발품을 판 내력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기왕에 그가 쓴 글에서 발휘되었던 예의 박람강기가 이 제주기행에서 비로소 진품으로 출현한 것이다. - 현기영(소설가) ◎목차 바람의 섬 / 물마루 너머 바람 타는 섬 화산의 섬 / 하로산또를 모독하지 마라 돌담의 섬 / 세계 농업유산에 빛나는 돌담 여자의 섬..

책 이야기 2023.07.14

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갈매기 날아들어 배회하는 해안 길모퉁이 비에 젖은 찻집 문을 무심히 연다 봄빛 녹아든 따스한 찻잔에 담긴 우울 길 가던 나그네 되어 해 질 녘까지 서늘한 물멍에 빠진다. 비 내리는 바다는 차분하다 힘을 빼고 앉은 고요한 침묵으로 아득히 떠 있는 수평선 끝자락의 환상은 빗물이 스며들며 소리없이 풍요롭다 유리 통창 밖으로 펼쳐지는 회색빛 구름 속으로 내려앉는 주홍빛 노을 문득, 어느 하루의 젖은 낭만이 시간이 멈춘 기억의 바다를 노래한다 -《계간문예》,(2023 여름호 통권 72호)

나의 詩 2023.06.24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금동원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금동원 며칠 전 꽃시장에서 사 온 프리지어 화분 꽃대에 갓 솟아오른 노란 꽃봉오리 여린 줄기 이리저리 휘어지며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것은 중심을 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빛나는 아름다운 몰입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줄기들 꼿꼿해지며 어느새 잔잔한 우아함으로 들뜬 프리지어가 활짝 웃는다 이제 태도와 의미를 버린다 노란빛의 우주적 이끌림에 마음은 하염없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계간문예》 (2023 여름호 통권 72호) 사진출처:농기자재신문

나의 詩 2023.06.23

어떤 인연

어떤 인연 뉴제주일보 승인 2023.06.20 18:48 금동원 시인 법정 스님의 말씀 중에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라는 매우 단호하면서 심오한 뜻을 지닌 짧은 격언이 있다. 인간관계의 신중함과 어려움을 내포하는 뜻깊은 가르침이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잘 가꾸어 오랜 시간 서로에게 진실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존중과 믿음으로 인생에 아름답고 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만큼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상처와 실망으로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미국 시카고에 다녀오는 일정 중에 대학교 친구를 만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과 동시에 시카고에 이민을 온 친구다. 한국과 미국을 서로 오고 가지 않으면 평생 만날 기회가 없다..

나의 산문 2023.06.20

빈방의 빛/마크 스트랜트

《빈방의 빛》-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트 저/박상미 역 | 한길사 |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는 계관시인 마크 스트랜드(Mark Strand)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 30점에 대해 쓴 글이다. 때론 에세이처럼 때론 미학 비평처럼 써내려간 이 글들은 모두 ‘시인의 글’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스트랜드는 미국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으로 1999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호퍼는 20세기 현대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다. 특유의 빛 처리로 독특한 감각을 선사하며 오늘날 미국 대중문화의 영원한 오마주가 되었다. 이 둘의 조합 때문일까. 이 책은 미국에서 1994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20여 년간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2011년 박상미 번역) ◎작가..

책 이야기 2023.06.18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9.11 테러추모공원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금융 중심지 맨허턴 에 있던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가 테러로 붕괴되었다. 그 현장에는 당시 희생되었던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있는 추모 공원이 건립되었다. 세계 각국의 내노라하는 건축가들의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건축물은 기존의 통념을 깨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모든 건축물이 하늘을 향해 디자인되고 세워지는 것에 반하여 이 상징물은 지하 10미터 이상의 땅을 파고 텅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란운드 제로 pool이다. 이 곳은 24시간 분수처럼 물이 지하 텅 빈 공간을 향해 쏟아져내리고 있다. 사각 테두리 대리석 측벽에는 테러 당시 사망한 모든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름의 배치와 방법을 결정하는데도 몇 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되었다는 이야기..

여행 이야기 2023.06.14

보스톤 미술관

보스톤 미술관은 (MFA, Museum of fine Arts) 뉴욕 메트로폴리탄, 시카고 미술관과 더불어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두 곳 미술관의 규모나 작품 수(수준) , 여러모로 이용객의 발걸음은 다소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개인적인 느낌이다) 보스톤의 다운타운에서 개인차는 있겠으나 충분히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나는 30분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폐장 직전에 입장하느라 서둘러 감상한 면이 없지 않으나 큰 규모의 미술관을 다녀온 후라 그런지 특별히 더 많은(혹은 알려진) 그림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인상적인 것은 인상파 화가 모네의 작품이 유독 많아서인지 따로 모네의 방이 마련되 있었다. 꽤 알려진 화려한 무늬의 기모노 ..

여행 이야기 2023.06.09

오늘, 날씨가 좋았네/ 금동원

오늘, 날씨가 좋았네 금동원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일기예보를 꽃 노래처럼 무시하고 가을 하늘은 화사했어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고요 코로나 확진자가 아직 위험 자릿수 외출을 자제하라는데 가을볕이 너무 빛나더군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고요 마스크가 우리의 키스를 가로막을 수 없다고 어떤 젊은 연인 볼 매인 소리에 붉어가던 단풍 더 붉어져 발가락이 꼼질꼼질 미안했어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빙하는 점점 녹아 북극곰도 울고 지구도 울고 눈이 부시게 빛나는 마지막 계절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고요 -《지구의 눈물》, (2023, 문학의 집· 서울)- 기후위기 대응 문학작품집에서

나의 소식 2023.06.09

시카고 미술관

미국의 3대 미술관(메트로폴리탄, 시카고, 보스톤)으로 알려져있으며 전 세계 예술품 30만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 규모가 꽤 큰 미술관이다. 시카고의 다운타운에 위치해있는데 주변은 그랜트 파크와 연결되어 있어 가는 길이 매우 편안하고 아름답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화가의 작품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회화와 조각, 건축등 다양한 쟝르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감상하는데 최소 몇 시간은 소용된다. 특별히 방문했던 기간에는 ,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즐겨볼 수 있었다. 입장료는 일반 기준 32불이며 특별전 비용은 별도로 10달러가 추가된다. 물론 멤버쉽 제도로를 통해 훨씬 저렴하고 상시 관람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혜택으로 보여진다.흥미로운 것은 지역주민(..

여행 이야기 2023.06.01

강/ 황인숙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은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골몰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이인성의 소설 제목 "미쳐버리고 싶은,미쳐지지 않는" 에서 차용 -《자명한 산책》, (문학과 지성사, 2003) ◎황인숙은 시인, 에세이스트.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