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106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죽음이 너무 가깝다 편의점처럼 넘쳐나는 장례식장과 발에 채이듯 쌓여가는 시신들 슬픔 없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의금의 액수로 정해진 죽음의 무게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숨 쉬고 있을까 벽에 걸린 죽음을 구경하고 책에 쓰인 죽음을 읽어가고 유행가처럼 들려주는 흔한 애도의 노래와 영화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인 죽음의 현장들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죽음은 오롯한 생명체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소낙비처럼 함박눈처럼 일기예보를 알려주듯 새벽에 눈비비면 떠오르는 죽음 속보 인터넷 검색어로 매일매일 채워지는 죽음 잠시 슬퍼하고 미친듯 동요하고 연속극처럼 휩쓸리다가 곧 잊혀져버리는 죽음들 나의 죽음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어디쯤에서 나를 지켜보며 어떤 방법으로 나를 ..

나의 詩 2022.03.01

텅 빈 저 자리에 깃든 / 금동원

텅 빈 저 자리에 깃든 금동원 아침 산책길 빈 의자 앞에서 서성거린다 텅 빈 저 자리에 깃든 슬픔 곁에 두고도 앉지 못하는 열망 머뭇거리는 일렁임 마음을 흔든다 흔들리는 빈 가지에 앉은 직박구리 소리 연약한 듯 날카롭다 밤 내내 잠 못 든 길고양이 앙칼지게 핏발진 눈동자에 검은 눈물이 그득하다 햇살은 서늘하게 피어올라 번져간다 잠시 서 있는 여기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순간의 존재를 바람이 툭 친다 자꾸 미련처럼 뒤돌아보는 빈 의자 -《시 속의 애인》, (2021, 서정시학)

나의 詩 2021.11.27

불타는 꽃 / 금동원

불타는 꽃 외 1편 금동원 꽃이 불타고 있다 트랙터로 갈아엎어도 끝없이 피어오르는 꽃 땅 빛으로 솟아오른 화려한 상승 저 스스로 몸을 태우는 불에 탄 향기는 꽃향기인가 핏물이 흘러 가슴을 적시고 바싹 마른 꽃대에 배어 나오는 비애 생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 헌신의 기쁨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태워지는 슬픈 꽃 꽃이 사라져가는 계절이다 화장터로 변한 꽃밭에서 짧은 일생을 보내고 공급도 없고 가격도 없어 거베라*가 불태워진다 코로나가 꽃을 태운다 *축하용 화환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다 - 2021 《서정시학 가을호》,(통권 91호)

나의 詩 2021.10.14

봄 날아간다 / 금동원

봄 날아간다 금동원 꽃 피거나 말거나 바람 불거나 말거나 강물 흐르거나 말거나 이슬비 내리거나 말거나 경쾌한 스텝이다 아름다운 폭력이 다가선다 햇살 전멸된다 늘 그랬듯이 봄 날아간다 -시집『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 2008) Spring is flying -translated by hyojun kim Flower blooms or not Wind blows or not River flows or not Drizzle or not Spring steps cheerfully Charming violence is edge up Sunshine is destroyed. The Spring is passing by, as always. - 2017『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시집』, ( 한영대역 대표작 선집)

나의 詩 2021.03.04

결혼행진곡1,2 / 금동원

결혼행진곡 · 1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동원 둑이 터져 범람하는 강물의 소용돌이 거침없고 폭력적인 물거품을 품고 코로나19는 결혼식장 안까지 쳐들어왔다. 환희의 풍경과 새 출발을 알리는 축복의 팡파르 화사한 온도를 준비했던 신랑신부 애매하고 모호한 축하객들 소리 없는 빈 박수만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의 행진은 힘차고 의젓했고 신부의 첫걸음은 우아하고 고혹적이다 꽃가루는 조금 시무룩해 보여 힘없이 흩날리고 주례선생의 힘찬 다짐과 격려는 안간힘을 쓰며 홀을 돌고 돌아 마스크를 쓴 모든 축하객의 기분을 살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코로나 쓰나미와 맞서 사랑은 시험에 들었으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언젠가는 무엇이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넘어가는 생의 고갯길 결론을 말하지 말고 오늘은 축복의..

나의 詩 20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