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방 금동원 겨울 숲을 걷는다 몇몇 희망을 믿는 푸른 잎사귀 힘겹게 매달려 있고 여름에는 보지 못했던 나무 속살은 눈물겹도록 창백하고 앙상하다 뼈의 무게는 슬픔보다 쓸쓸함이 더 커 찬바람의 서러움을 겨울나무는 온몸으로 받아내며 깊은 사색의 풍경으로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기쁨이 한 줄기 눈부신 저녁 햇살을 통과하면 인내한 삶의 시간은 한결 늠름하고 여유로워진다. 무겁지 않은 단단함으로 가볍지 않은 투명함으로 내면으로부터 차오르던 의심과 질문들은 사유의 공간을 휘돌며 경이롭고 고요한 시간으로 흘러간다. -《古書硏究》, (2022 한국고서연구회, 통권 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