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혼자다 임영조 우선 빗장을 지른다 커튼을 내리고 전등을 끈다 세상과 내통하던 전화도 불통 누가 와서 찾아도 들키지않게 숨소리도 죽인 채 나를 가둔다 마침내 바깥과 끊겼다는 절박감 절박한 안도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감정을 내쫓고 관념마저 탁탁 턴 나의 대뇌는 이제 멍청하고 가벼운 진공 상태다 느닷없이 혼 나간 백열등처럼 뜨거운 침묵이 지배하는 방이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단 한방에 요절낼 고성능 폭탄 얼핏보면 재래식 같은 실은 함부로 다루기 거북한 시 같은 사제폭탄 하나 만드는 거다 왜냐고 묻지는 말라, 하여튼 터지면 좋고 안터져도 그만인 가동 할 핵 하나 만드는 거다 일촉즉발의 뇌관이 장착된 벽시계만 저벅저벅 죽음을 재는 방에 나는 지금 혼자다 화끈한 음모와 불씨를 품고 눈부신 자폭을 꿈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