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悟漁寺)에 가서 원효를 만나다 황동규 1. 오어사에 가려면 포항에서 한참 놀아야 한다. 원효가 친구들과 천렵하며 즐기던 절에 곧장 가다니? 바보같이 녹슨 바다도 보고 화물선들이 자신의 내장을 꺼내는 동안 해물잡탕도 먹어야 한다. 잡탕집 골목 어귀 허름한 술집에 들어가 그곳 특산 정어리과(科) 생선 말린 과매기를 북북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고 금복주로 입 안을 헹궈야 한다. 앞서 한번 멈췄던 곳에 다시 차를 멈추고 물으면 또 다른 방향, 포기할 때쯤 요행 그 집 아는 택시 기사를 만난다. 포항역 근처의 골목 형편은 머리 깎았다 기르고 다음엔 깎지도 기르지도 않은 원효의 생애만큼이나 복잡하고 엉성하다. 2. 허나 헤맴 없는 인간의 길 어디 있는가? 무엇이 밤 두 시에 우리를 깨어 있게 했는가? 무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