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책 이야기 473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저 | 창비 | 혐오와 차별은 잡초처럼 자란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온 사회에 무성해진다. 사람들은 때로 아주 작은 차별은 무시해도 되고, 심지어 다수에게 유리한 차별은 합리적인 차등이라고 이야기하며,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나 시정조치를 역차별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혐오주의자나 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바로 나, 당신, 우리일 수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평범한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고 말하는 도발적인 책이다. 저자인 김지혜 교수(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는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활동가이자, 통계학·사회복지학·법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의 열악한 혐오·차별 문제의 이론적 토..

책 이야기 2019.09.25

생명에서 생명으로 /베른트 하인리히

『생명에서 생명으로』 -베른트 하인리히 저/김명남 역 | 궁리출판 현대의 소로’라 불리는 우리 시대 최고의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과학자의 탐구 열정과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빚어낸 매혹적인 생명 에세이, 동식물의 죽음 이후 자연에서 벌어지는 경이로운 ‘삶의 현장’을 세밀하게 탐구하다. 시작은 심각한 병에 걸린 친한 친구 빌의 편지였다. 베른트 하인리히가 소유한 미국 뉴잉글랜드 메인 숲 속 공터에서 자신의 시체를 큰까마귀들에게 내줄 수 있겠느냐는 당황스러운 부탁이다. 하인리히는 오늘날 현실에서 빌의 생각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궁금한 한편으로 머릿속이 점차로 복잡해졌다. 그의 시체를 내놓았는데 큰까마귀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쩔까? 설령 큰까마귀들이 빌의 시체를 다 먹어치우더라도 그러면 사람 뼈가 나뒹..

책 이야기 2019.09.18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 살림출판사 2018년 8월 14일,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한 생태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한다.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담이 미국 출판계에 불러올 어마어마한 파장을, 이때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무명작가의 데뷔작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라도 잠시 머물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 계속, 계속 무섭게 순위가 뛰어올랐다. 아마존 독자 리뷰 수가 12,000개를 넘어서는 상황에도 별점은 5점을 유지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마침내 출판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아마존 판매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다. 치열한 봄철 ..

책 이야기 2019.09.16

빛의 과거/ 은희경

『빛의 과거』 -은희경/ 문학과 지성사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2017년의 ‘나’는, 작가인 오랜 친구의 소설을 읽으면서 1977년 여자대학 기숙사에서의 한때를 떠올린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그때’는 너무나 다르다. 은희경은 갓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친 첫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낸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19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무엇보다 회피를 무기 삼아 살아온 한 개인이 어제의 기억과 오늘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민낯을 직시하여 담담하게 토로하는 내밀한 문장들은, 삶에 놓인 인간으로서 품는 보편적인..

책 이야기 2019.09.15

불안의 책 /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오진영 역/ 문학동네 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의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의 『불안의 책』,국내에서 페소아의 대표작인『불안의 책』은 지금까지 두 번 출간되었으나, 포르투갈어 원전 완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소아는 수많은 이명(異名)을 통해 "하나"의 나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공간에서 실재하는 "복수"의 존재를 구현한 모더니스트다. 『불안의 책』 또한 이명 인물의 작품으로 작가와 가장 흡사한 반(半)이명 베르나르두 소아르스의 고백적 단상들로 이루어졌다. 작품을 구성하는 481개의 텍스트 속에는 페소아가 일평생 추구했던 내면의 성찰과 감각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다. ○저자소개 페르난두 페소아 Fernando Pessoa는 1888년 리스본에..

책 이야기 2019.09.07

모든 사람은 혼자다 / 시몬드 보봐르

『모든 사람은 혼자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저/ 박정자역 | 꾸리에북스 ○책 소개 인간은 나무를 심고, 집을 짓고, 나라를 정복하며, 소망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언제나 반드시 “그다음은?”이 있다. 매 순간 그는 항상 새로운 정열을 품고 새로운 기획 속에 몸을 던진다. 돈 후안이 한 사람의 여인을 버리는 것은 다른 여인을 유혹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 돈 후안조차도 언젠가는 피로감을 느낀다. 어차피 자기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라면 출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지해야만 한다면 시작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일 내가 어디서 멈춰야 할지 처음에 정해두지 않았다면, 출발한다는 것은 더욱더 허무하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해야만 한다. 멈추거나, 아니면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책 이야기 2019.09.01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저/류시화 역 | 연금술사 생각과 에고로 소외된 영혼을 떨치고 지금 이 순간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자신의 행복에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이 책은 말한다. 자신의 의식 상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삶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평화는 소음도 없고, 문제도 어려운 일도 없는 장소에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화는 그런 것들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당신은 수천 년 동안 고통 받아온 인류이다.”라고 톨레는 말한다. 당신 안의 그 ‘인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의식 상태가 당신의 삶과 행성의 미래를 결정한다. 삶 전체의 여행은 지금 이 순간의 의식 상태에 달려 있다..

책 이야기 2019.08.26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저/김현우 역 | 열화당 ○책 속으로 “오랜 시간 동안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것은 무언가가 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직감이었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 나는 스스로 중요한, 혹은 전문적인 작가라기보다는 그저 빈 곳을 메우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화상」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중에서 만년에 이른 존 버거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깊어진 눈매만큼이나 진하게 패인 주름과 하얗게 물결치는 머리털이 그간의 세월을 그러안고 있다. 그리곤 이 길에 들어선 이후 무수히 듣고 답했을 질문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나는 왜 쓰는가?” 그는 호칭된 작가(writer)보다 떠돌이 이야기꾼(storytell..

책 이야기 2019.08.22

A가 X에게 /존 버거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저 | 열화당 소설의 주인공인 사비에르와 아이다, 두 사람은 각자가 처한 폭압적 현실에 맞서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저항과 사유의 발견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이다는 약제사로서 사람들의 상처를 보고 듣고 어루만지면서, 사비에르는 감옥 안에서 듣는 바깥의 소식을 통해 또는 기억을 통해 이 세계의 불평등과 세계화, 자본주의, 제국주의가 지닌 폭력성에 대해 잊지 않고 되새기기 위해 메모를 한다. 그에게 부과된 이중종신형이란,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살았던 나이만큼 그 시신을 감금해 놓는다는 가혹한 형벌이다. 그런 데다 두 사람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므로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아이다는 자신의 일상에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

책 이야기 2019.08.04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송의경 역| 프란츠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찬가입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의 음악, 위로가 되는 음악, 새들의 노랫소리에 담긴 생생한 자연의 소리 같은 그런 음악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보하고자 했던 무명 음악가의 내밀한 독백. 『음악 혐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에서 파스칼 키냐르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음악을 영혼으로, 문학을 육신으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과 언어가 결속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한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그가 평생에 걸쳐 몰두했던 생의 근원과 기원의 음악이라는 주제를 한 무명 사제 음악가의 삶을 통해 풀어낸 작품으로, 출간 즉시 도빌 시의 [책과 음악상]..

책 이야기 2019.07.07

커튼 /밀란 쿤데라

『커튼』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밀란 쿤데라 저/박성창 역 | 민음사 쿤데라는 우리 세상 앞에, 우리가 보고 읽고 느끼는 모든 존재 앞에 마법 커튼이 걸려 있다고 한다. 이 커튼은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가리고 숨기는 역할을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튼 너머를 보지 못하고, 커튼에 적힌 대로 삶을 판단하는 데 길들어 있다. 이 커튼을 찢어 버리고 그 뒤에 숨은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과 마주보아야 하는데, 훌륭한 소설 작품은 세상 앞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버리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신작 에세이 『커튼』은 이처럼 우리가 미처 들어가 보지 못했던 ‘소설’이라는 장르의 세계로 독자들을 보다 깊숙이 안내하는 작품이다. 『커튼』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

책 이야기 2019.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