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책 이야기 473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 미셸 딘 저/김승욱 역 | 마티 | 여성 작가를 부르는 신선한 방법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오웰, 베냐민, 샐린저(모두 이 책에 등장한다)는 이름이 없어도 대번에 알겠는데, 파커, 웨스트, 허스턴, 아렌트, 매카시, 손택, 케일, 디디언, 에프런, 헬먼, 애들러, 맬컴은 이름이 없으니 낯설다. 아니, 신선하다. 20세기 문화의 중심지였던 뉴욕에서 잊을 수 없는 글을 쓴 여성 작가들을 호명하며 저자는 그들의 이름을 뗐다. 뛰어난 남성 작가만 유독 성으로 불리고 기억되는 이유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여성 작가에겐 허용되지 않던 방식이다. 이 책이 무엇을 시도하는지 이보다 명징하게 보여주는 장치는 없다. 저자는 성 하나로 작품을 죽..

책 이야기 2021.01.10

우리가 날씨다

《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 송은주 역 | 민음사 | 『우리가 날씨다』는 방대한 최신 자료를 근거로 소설가가 쓴 기후변화 에세이다. 이제는 환경운동의 필독서가 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육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 주어 찬사를 받았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이 두 번째 논픽션을 발표하며 “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탐구한다. 이 글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난다. 할머니는 스물두 살에 나치를 피해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을 두고 폴란드의 고향 마을을 떠났다. 결국 마을에 남은 가족들은 몰살당했고 할머니는 살아남았다. 모두가 나치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할머니를 제외한 가족들은 ..

책 이야기 2021.01.07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저/ 김은령역 | 김영사 | ○책 속으로 이 모든 일 때문에 나는 지금이야말로 강의실에서 벗어나 이 책을 통해 지구환경 변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라고 확신했다.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과학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어와 숫자에 공평한 애정을 지닌 작가이자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들어주신다면 나의 세상에, 당신의 세상에, 우리 모두가 속한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이 세상은 변해버렸다. --- pp.23~24 인구과잉에 대한 강력한 반감만으로 인구 증가를 막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입장들을 살펴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위대한 사상가들이 결코 고민하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사회..

책 이야기 2020.12.21

마음의 발걸음 /리베카 솔닛

《마음의 발걸음》 -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리베카 솔닛(지은이)/김정아(옮긴이) "리베카 솔닛의 아일랜드 여행기"헨리 포드가 그랬던가.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아마 내가 여행에 가기 전 읽고 싶었던 책은 바로 이런 책이었던 것 같다. 그 나라의 작가가 쓴 소설도, 관광지를 매끄럽게 소개한 가이드북도 어떤 필요의 구석들을 채워주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으로 충만하다. 아일랜드의 길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박물관의 전시 앞에 서서 리베카 솔닛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는 눈과 귀로 받아들인 인식을 머릿속의 여러 개념들에 충돌시키며 사유를 확장해간다. 아일랜드의 역사, 언어의 개념,..

책 이야기 2020.11.28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이승우저 | 문학동네 | “사랑은 시험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고 시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작가인생 40년, 그 시간 속 궁극적 물음들, 이승우 「창세기」 모티프 연작소설집 사십 년 가까운 작가인생을 갈망 너머의 구원에 대한 천착으로 채우며 독보적인 성취를 거두어온 소설가 이승우. 그는 ‘관념의 토르소’(김윤식),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르 클레지오), ‘조용하고 진지한 영혼에서 분출된, 감동적이면서 묵직한 소설’(르몽드), ‘갈리마르 폴리오 시리즈에 오른 최초의 한국소설’ 등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수식과 상찬이 전혀 과한 것이 아님을 소설로 인생에 복무함으로써 증명해가고 있다. 한국소설로는 흔치 않은 종교적이고 관념..

책 이야기 2020.11.11

아버지의 여행가방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

《아버지의 여행가방》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 귄터 그라스,J.M.G. 르 클레지오,비스와바 쉼보르스카,알베르 카뮈,오에 겐자부로,이보 안드리치,토니 모리슨,주제 사라마구,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오르한 파묵,가오싱젠 / 문학동네 J. M. G. 르클레지오(프랑스, 2008년 수상), 오르한 파묵(터키, 2006), 가오싱젠(중국, 2000), 귄터 그라스(독일, 1999),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1998), 비수아바 심보르스카(폴란드, 1996), 오에 겐자부로(일본, 1994), 토니 모리슨(미국, 199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1982), 이보 안드리치(구 유고슬 라비아, 1961), 알베르 카뮈(프랑스, 1957). 이 열한 명의 빛나는 수상 연설을 한 권으로 묶었다. ..

책 이야기 2020.10.04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저/한재호 역 | 글항아리 | 첫 책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Susan Sontag: Geist und Glamour』은 독일의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가 손택 사후 펴낸 첫 평전으로, 손택의 일대기를 중요한 분기점에 따라 연대순으로 그리며 그가 완성하고자 했던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조명한다. 다방면에서 활동한 수전 손택의 작업 목록이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일조하거나 참조되었던 당대 지성과 뉴욕 보헤미안 세계의 지형도를 망라하며 균형 잡힌 시선으로 생애와 업적을 갈무리한다.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두 번째 책 『수전 손택: 삶과 일Sontag: Her Life and Work』(근간)은 ..

책 이야기 2020.10.02

무서록/ 이태준

《무서록》 이태준저 | 깊은 샘 상허 이태준은 우리 근대 문학의 전개과정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역할을 했던 작가 중 한사람이다. 이 책은 이태준 수필집『무서록』과 기타 수필로 이루어져 있다. 앞부분「무서록」은 1944년 박문서관(博文書館) 3판본을 원본으로 하여 전부를 실었고, 뒷부분「기타」는 이태준이 여러 잡지등에 썼던 수필 중에서 구할 수 있는 원고는 대부분 추려 실었다. ○작가 소개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1909년 망명하는 부친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했다가 그해 8월 부친의 사망으로 귀국하였다. 1912년 모친마저 별세하자 철원의 친척집에서 성장하였다. 1921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동맹휴교의 주모자로 지적되어 1924년 퇴학하였다. 1924년 학교 신문 [휘..

책 이야기 2020.09.22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김언저 | 난다 | ○작가 소개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등을 출간했다.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시는 고독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가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가. 아니다. 시는 사랑에 대해서도 증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시는 무엇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시는 무엇 자체다. 시는 고독 자체이고 결별 자체이며 ..

책 이야기 2020.09.19

가해자의 얼굴/ 이청준

《가해자의 얼굴》 -이청준 저/ 우찬제 편/ 문학과 지성사 인간의 진정한 얼굴을 발견하기 위하여 이청준 중단편선 『가해자의 얼굴』 『가해자의 얼굴』(문지작가선4)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내밀한 고난을 성찰적으로 가로지르며 울창한 서사의 숲을 이뤄온 이청준의 소설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 책이다. 등단작 「퇴원」(1965)부터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병신과 머저리」(1966), 글쓰기에 관한 심도 깊은 고민이 담긴 「지배와 해방」(1976), 영화화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은 「벌레 이야기」(1985) 등 엄선된 11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렸다. 책임 편집과 해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이청준의 작품이 인물의 문제성이나 제재의 역사성도 깊지만, 무엇보다 인물과 제재를 다..

책 이야기 2020.08.13

파란꽃/ 노발리스

《파란꽃》 노발리스 저/ 김주연 역/ 열림원 ○책 소개 『파란꽃』은 독일의 낭만파 시인 노발리스의 장편소설로, 출간된 이래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1802년 발표된 이 소설은 제1부 기대와 제2부 실현 그리고 루트비히 티크의 속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가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나면서 끝을 맺지 못한 채 미완의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독일의 전설 속 시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설은 하인리히의 신비한 꿈으로 시작하며, 그는 꿈속에서 본 파란꽃을 찾기 위한 여정에 올라 광부, 은둔자 등 많은 사람을 만나 갖가지 경험을 한다. 그리고 여정의 끝에서 마틸데와 사랑에 빠지며 인간과 자연과 ..

책 이야기 20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