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옥타비아』- 2059 만들어진 세계 유진목 저/백두리 그림 | 알마 ◇책 속으로 밤사이 바닷물에 떠밀려 온 커다란 물체가 물살에 이리저리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머지않아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세히 보니 두 팔을 느슨하게 벌린 자세로 엎어져 물에 떠 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 p.10 더 이상 혼자서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나마 두려웠던 것은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순간에 심장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변기에 앉아 죽을까 봐 걱정했다. 그들이 내 바지를 걷어 올리게 될까 봐 두려웠다. 몸을 씻다 죽는 것도 싫었다. 그들이 내 주름이 가득한 알몸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싫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