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105

우리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금동원

우리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금동원 침묵이 생성되는 자리에는 점點들이 점점점 모여들어 셀 수 없을 만큼의 점이 되고 하나의 점이 되고 큰 점이되고 별 안의 무수한 별 별들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별별별 은하수로 뻗어가는 길을 만들고 지금 세상은 온통 암흑천지 무수한 침묵들이 무너져내린 밤은 새로운 시작의 붕괴점 짙푸른 지구별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 김환기의 그림 -시집 『우연의 그림 앞에서』,(계간문예, 2015) (시작노트) 김환기(1913~1974) 화백은 무척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한 분이다. 초기의 동양적 화풍의 작품들(달과 항아리와 새들)도 좋아하지만 특별히 푸른 바탕을 배경으로 한 추상화(단색화) 작품들을 좋아한다. 는 김환기 화백의 친구이자 시인인 김..

나의 詩 2017.02.02

워낭소리 2/ 금동원

워낭소리 2 -구제역으로 희생된 350만 마리의 가축을 위하여 금동원 통곡소리에 잠을 깨고 다시 잠들지 못했다 핏줄과 핏줄이 끊어지고 소문보다 빠르게 바람보다 투명하게 참혹한 원한의 하루가 지나갔다 삶에도 기약은 없었으나 죽음 역시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눈물도 말라 어차피 알 듯 모를 듯 생의 한자락 세상 속 상처들은 넘쳐나고 사라지고 겁먹은 눈망울에 고여있는 무기력한 희망을 버리고 내딛는 걸음보다 깊고 냉혹한 슬픔이다 그래도 용서하는 하루가 되자 딸랑 딸랑! 잘가라 워낭소리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 (월간문학출판부, 2011) ■ 충북 AI 살처분 가금류 128만마리 2016-12-02 17:59/청주CBS 김종현 기자 충북도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살처분 가금류 수가 120만 마리..

나의 詩 2016.12.02

컴퓨터를 끄지마/ 금동원

컴퓨터를 끄지마 금동원 꺼진 모니터는 두렵다. 깜박이는 커서의 움직임은 맥박수의 파장 그래프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 마스크처럼 마우스의 표정이 살아 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안착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초점 없는 의지, 별 상관도 없는 간절한 희망으로 굶주림의 습성은 이미 석화되었다. -시집『여름낙엽』,(월간문학 출판부, 2008 )

나의 詩 2016.11.30

화사랑으로 모여라/ 금동원

화사랑으로 모여라 금동원 신촌역에서 출발하는 순환 교외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리면 그곳엔 화사랑이 있다 시간은 먼지처럼 쌓여 나는 과거가 되었지만 사랑하고 노래하던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살아있다 색 바랜 청바지에 통기타 웃음과 휘파람 소리만으로 세상을 껴안고 입 맞추며 겁 없이 달려가던 설렘이 있던 곳 청춘은 가고 없지만 사랑도 수줍음도 노래도 흑백사진 속 그녀처럼 거기 그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기차를 타고 반드시 백마역에 내려서 걷자 화사랑에 모여 담배연기에 이별을 이야기하고 첫사랑의 재회를 꿈꾸며 텁텁한 막걸리 한 잔과 파전을 건네주고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라도 불러보자 긴 밤을 지새우며 걸었던 둑길 새벽이슬을 묻히며 도망치던 젊음 그리고 사라진 사랑과 우정들 화사랑으로 모여라 반드시 백마역에 내..

나의 詩 2016.11.27

화엄의 세계/ 금동원

화엄의 세계 -동대사 비로자나불 금동원 샛별이 떠오르는 순간 마음이 환하게 열렸다 부처의 진리를 크기로 가둘 수 없고 오묘한 깨달음의 장엄한 빛 감출 수 없어 우주 삼라만상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금동불상 하늘을 흔들고 땅을 껴안으니 바람을 타고 내려온 천상의 기운 천수천안의 기도와 영험으로 생명이 숨쉬고 백제인의 천 년 미소가 빛난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비로자나불이 환하게 웃는다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월간문학출판부, 2011)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마하바이로차나(Mahāvairocana), 노사나(盧舍那) 또는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도 한다. 모두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로서의 하느님이라는 의미다. 이 부처는 우주만물의 창조신으로서 모든 우주만물이 이 부처..

나의 詩 2016.10.19

내가 울 엄마를 닮았다면/ 금동원

내가 울 엄마를 닮았다면 금동원 내가 울 엄마를 닮은 거라면 참 크고 예쁜 사람이다 쪼글쪼글 주름이 깊어질수록 아름다움이 점점 자라나는 사람이다 돋보기를 끼고도 그토록 반짝일 수 있는 총기 어린 눈빛을 가진 사람이다 많이 먹을 수 없는 예민한 위를 끌어 안고도 단아하게 말라 가는 기품을 보이는 이다 아직도 나보다는 자식과 병든 남편의 안녕을 구하는 용기 있고 따뜻한 사람이다 화가 나고 분이 나도 결국은 자신을 혼내며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이다 끝까지 자신을 돌보며 그것이 나보다 다른이를 생각하는 배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가야할 곳이 어디든 두렵지 않음을 깨닫고 들판에 버려진 들짐승의 먹이가 되어 이승의 마지막마저 베풀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울엄마를 ..

나의 詩 2016.05.07

아버지/ 금동원

아버지 금동원 당신도 한때는 푸른 남자였습니다 눈빛은 뜨겁고 입매는 담백했던 가슴 깊숙이 품었던 연정만큼 모든 것을 꿈꾸었고 그때는 그거면 다 품은 거라 믿었던 시절 청춘도 사랑도 다 떠나고 남은 건 역겨운 세월 뿐 희미한 미소에 감춰둔 회한 이미 사라지고 없는 하얀 기억들 그래도 후회는 마십시오 아쉬움과 연민으로 동정 받지 마십시오 당당한 눈빛과 연두 빛 목소리에서 아름다운 한 남자의 푸른 일생을 기억합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 아버지 사랑합니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 월간문학출판부, 2011.) **1934년에 태어나 2010년 돌아가신 아버지는 화장을 하여 수목장으로 모셨다. 한 그루의 청정한 소나무로 늘 우리 곁에 함께 남아계신다. 세월은 남겨진 이야기들이 기쁨이건 슬픔이건 그리..

나의 詩 2016.05.07

싫다/ 금동원

싫다* 금동원 배가 기울어 요동치는 순간에도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은 웃고 있었다 너무 큰 공포와 두려움을 떨쳐보려고 ‘어! 이러다 우리 진짜 죽는 거 아니야‘면서 우리들의 죄를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무지막지한 이 참혹의 순간을 어떻게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 것인가 바다는 너무 깊고 멀다 바람은 소스라치게 놀라 요동치고 하늘은 온통 통곡소리로 가득했지만 우리들의 기도와 희망을 끝낼 수 없다 기지개를 펴고 이제 막 하늘을 보기 시작했을 꿈을 꾸며 이제 막 내 딛기 시작했을 발걸음을 시끌벅적 새콤달콤 풀내 벗은 어린 나무들의 연한 살갗과 연둣빛 웃음을 포기할 수 없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이별이 싫다 쇠로 만든 갑옷처럼 무겁고 답답한 숨 막히게 처절한 슬픔의 무게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별해야한다 너무 무섭..

나의 詩 2016.04.16

봄 청소/ 금동원

봄 청소 금동원 어느 날 문득 집 안을 들여다보니 퇴락한 초가처럼 뒤숭숭하다 봄이 오신거다 침대 밑을 털어내고 노란 빛 침대 시트를 깔고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일상의 게으름을 제각각 제자리로 되돌려 보내 주고 무거운 옷치레도 깊은 서랍 속에 잠재운 뒤 액자에 쌓여 있는 무료함마저 털어내고 나니 사진 속 우리 식구들 모두 활짝 웃고 있네 -시집『 여름낙엽』( 2008, 월간문학출판부)

나의 詩 201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