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106

`사과 나무에 대한 명상/ 금동원

사과나무에 대한 명상 외 1편 금동원 (지구의 어느 가을날이다) 홍등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유혹하는 붉은 연심(戀心) (아담과 이브) 선악과를 입 안 한가득 베어 문 그 순간 달콤한 과즙의 피 냄새는 너무 향기롭고 아름다워라 (세찬 폭풍의 여름이 지나갔다) 사유와 자유를 얻은 사과나무 사랑의 씨앗을 품은 사과나무 (지구의 어느 봄밤이 떠올랐다) 서러운 울음은 물기 많은 속살로 차오르고 비바람에 멍든 푸른 가슴은 주홍글씨를 달고 붉게 익어간다 -『인간과 문학』, (2017 겨울호, 제 20호)

나의 詩 2017.12.27

이제 겨울이 오면 / 금동원

이제 겨울이 오면 외 1편 금동원 나무와 잎새들 안녕, 바람이 건드려주면 유쾌한 리듬으로 안녕, 세월은 매년 똑같은 방법으로 누구나 아는 사실을 알려주고 흘러 가버린다 삶이란 언제나 각자의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 짓궂은 인생! 가을 나무와 잎새를 가볍게 돌아가지 못한다 헤어져야 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서투른 미련이 웬만한 바람으로는 서로의 몸을 떨구어 떼어놓지 못한다 바람이 거두어 간 낙엽에는 홀가분한 천국의 그늘이 드리워져있지만 아, 저토록 처절하게 한 몸이 되어 생기를 잃고 시들어가는 꿈 퇴로가 막힌 패잔병의 절망처럼 슬픔도 없는 무미건조한 한기를 느끼며 이미 죽어버린 생의 한 미련이 마지막 잎새로 처연하게 매달려 있다 -『계간문예』,(2017, 겨울호-50호 특집호)) 사진출처:photo..

나의 詩 2017.12.25

Coffeest* /금동원

Coffeest* 금동원 혀끝에 매달린 향들이 미궁 속으로 빠진 날 향신료를 바른 듯 온 몸이 커피나무로 자라나고 깊은 키스의 격정으로 그대 뜨거운 유혹의 손길을 보냈을 때 무너지듯 그대가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란 걸 알았다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 우아한 기품을 지닌 여왕에서 때로는 흙을 품은 원시의 모습으로 꽃물처럼 수줍은 처녀가 되기도 했다 풍부함과 황홀함 사이를 뚫고 나온 기막힌 맛의 그리움이 수시로 교차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꽃향기로 기쁨이 되어 슬픔이 되어 관능이 되어 비오는 날 오후의 창밖 풍경처럼 눈 내리는 밤의 가로등 불빛처럼 아득하게 낙엽이 떠나간 가을자리에 남은 미련은 또 어떠한가 우리 함께 있어서 좋다 너와 있기에 더욱 좋다 촛불의 그림자 속에서 너를 사귈 수 있어 더욱 좋다 다..

나의 詩 2017.12.08

커피스캔들/ 금동원

커피 스캔들 금동원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와의 사랑을 기다리며 흥분된 적이 있는가 처음 만나 설레고 낯서롭던 그 첫맛을 기억할 수 있는가 꿈꾸던 사랑이 끝난 뒤 가득히 고여 오던 포만감의 느슨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수많은 염문을 뿌리며 이 맛 저 향기를 쫓는 꿀벌처럼 그러나 끝나지 않을 황홀한 갈구 또다시 시작될 새로운 사랑의 기운들 브라질산 수마트라의 흙 내음 깊은 묵직함 골드코스트의 도시적이며 세련된 달콤함 인도네시안 슬라웨시의 강렬하고도 우아함 이디오피아 사다모의 꽃향기 품은 깔끔함 여과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한 방울의 진액조차도 혀끝에 스몄다 되살아나는 나의 생명수 얼마나 더 많은 그들과의 사랑이 남아있을지 언제쯤 정갈한 사랑의 편력으로 끝이 날 지 모르지만 향기가 깊을수록 그리움은 커지고..

나의 詩 2017.12.08

차날/ 금동원

차날* 금동원 사람이 그립고 마음이 그리운 날은 그 곳에 간다 서로 닮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두 손 번쩍 들어 신호를 보내주는 곳 (어서 오세요) 노곤한 몸을 온돌방에 누이 듯 두 다리 힘껏 뻗어 쭈-우-욱 두 팔 마음껏 펼쳐 노-옾-이 시간은 멈추고 공간만 남는 곳 맑은 빛의 꿈 이야기 오미자차와 대추차는 환상적인 빛깔과 향으로 번져가고 보이차로 우려낸 깊은 우정과 정겨움은 그윽하고 향기롭다 침묵 속의 끄덕임은 우리들의 언어다 위로와 배려의 따뜻함을 남겨두고 편안한 웃음의 키다리 아저씨와 연잎차 맑은 향기의 안주인이 늘 함께 배웅하는 그리움을 안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 (또 오세요) *차날; ‘차가 그리운 날’의 줄임말이자, 견지동에 있는 단골 전통 찻집 -『지구..

나의 詩 2017.09.07

고래, 하늘을 날다 외 1편

고래, 하늘을 날다 외 1편 금동원 나 어릴 적 꿈은 하늘을 날아보는 거였지 신비의 깊은 바다 동굴 속을 빠져나와 고래의 숨구멍에 회전 날개를 달고 하늘로 솟아올라 우주 탐사선으로 변신해보는 것 바다에서 배운 잠영 실력으로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 속으로 숨어들어 보는 것 우주를 떠도는 길 잃은 어린 별들을 찾아낼 것 새파란 하늘에 고래 지느러미가 만드는 알록달록 바다무늬를 칠해 볼 것 바람의 환호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며 하늘을 날자 프로펠러를 힘차게 돌려라 무지개빛 물고기들이 열어주는 꿈의 빛을 따라 푸르고 영롱한 코발트의 나라로 가보자 -『고래문학』, (울산문인협회, 2017) ○울산고래축제 울산고래축제는 울산광역시에서 개최하는 축제이다. 1995년 9월 19일에 제1회 고래대축제로 개막하였다. 1999..

나의 詩 2017.06.03

우리 이제/ 금동원

우리 이제 금동원 우리 이제 서로 사랑할 때 한때 서로에게 서먹하여 감사보다는 서운함을 의무보다는 권리를 찾았고 이해보다는 오해를 관용보다는 갈등을 너보다는 나를 먼저 떠올렸지 우리 이제 서로 껴안을 때 뿌리 깊지 않은 나무는 그늘을 만들 수 없고 햇살 없이 자란 꽃들은 향기를 가질 수 없는 법 미소 없는 친절은 기쁨을 잃고 고마움 없는 인사는 행복을 놓친다 우리 이제 어깨동무 합시다 햇볕도 비바람도 함께 견디며 동행의 푸른 느티나무가 되어 항상 함께 쉴 수 있는 친구 됩시다 -『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 2008) (작은 노트) 2005년 가을 무렵에 서울시 강서구청에서 지역 구민들을 위한 화합과 희망을 주제로 한 시를 공모한다면서 시를 의뢰해왔다. 주제에 적합했는지 졸작이였지만, 강서구청장으로부터..

나의 詩 2017.05.16

만유인력의 법칙/ 금동원

만유인력의 법칙 금동원 흘러내린다 탄력을 잃은 모든 세계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흐르는 것 흘러가는 것 흘러내리는 것에 대한 모호한 경계는 만유인력으로 해석한다 탱탱함이 사라진다는 것은 호흡이 가빠지고 속도는 느려지고 텅 빈 공간이 생기고 닫혔던 것들이 자유로이 열리고 막힌 것들이 시원하게 뚫리는 물리적 힘을 이겨낸 세월이 승리하는 발견의 순간이다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월간문학출판부, 2011) 수술 전 후의 나의 발뼈 * 요즘 주변에서 사소한 일로 넘어져 다치는 일이 많아 (농담 반, 진담 반)서로에게 건강에 대한 염려와 경고성 덕담을 주고받는다. "걸어다닐 때 딴 생각 말고 조심해요. 이제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잖아! 넘어지면 골다공증처럼 뼈가 약해져서 크게 다쳐요." 라고. 며칠 전 바쁜 일..

나의 詩 2017.04.29

아라가야(安羅國) /금동원

아라가야(安羅國) 금동원 아라가야에서 날아든 홀씨 하나 바람결에 몸 속 깊이 들어와 속삭인다 아라가야를 보여주세요 아라가야를 들려주세요 마음은 온통 억새밭이다 치마폭에 담은 듯 너그러운 성산 산성의 왕궁 터엔 환청처럼 가야금 선율이 들려오고 난 아라가야의 여인이 되어 수줍음과 그리움의 작은 노래 불러본다 함안 말산리 오자등*에 오르면 처녀의 젖가슴 닮은 고분들이 수줍게 봉긋봉긋 엎드려있고 세월이 쌓아올린 적적한 고요만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워져있다 아라가야로 돌아갈래요 아라가야로 보내주세요 땅 속 깊이 숨겨둔 아라가야의 정표를 찾아 오늘도 바람은 강으로 흐르고 긴 여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오자등: 고분군이 위치한 구릉지대 - 『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2008) 〈삼국유사〉 오가야조에 아라가야는 ..

나의 詩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