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rs Poetica) -아치볼트 매클래시(1892~1982) 시는 만져지고 묵묵해야 한다 마치 둥근 과일처럼 소리없이 엄지에 닿는 옛 메달처럼 마치 이끼에 자라난 소매에 닳은 창문 선반의 돌처럼 조용해야 한다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마치 새들의 비상처럼,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르 듯이 그대로 두면서, 마치 달이 풀어 놓듯이 밤중에 얽힌 나무 가지 하나하나씩 그대로 두면서, 마치 겨울 잎새 뒤에 있는 달이 마음의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 놓듯이 시는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르듯이 시는 동등해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에, 모든 슬픔의 역사를 위해서는 기울어진 풀들과 바다 위에 뜬 두 불빛을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해야 한다 ■매클리시(1892~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