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소식 103

화사랑을 아시나요?

화사랑으로 모여라 금동원 신촌역에서 출발하는 순환 교외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리면 그곳엔 화사랑이 있다 시간은 먼지처럼 쌓여 나는 과거가 되었지만 사랑하고 노래하던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살아있다 색 바랜 청바지에 통기타 웃음과 휘파람 소리만으로 세상을 껴안고 입 맞추며 겁 없이 달려가던 설렘이 잇던 곳 청춘은 가고 없지만 사랑도 수줍음도 노래도 흑백사진 속 그녀처럼 거기 그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기차를 타고 반드시 백마역에서 내려서 걷자 화사랑에 모여 담배연기에 이별을 이야기하고 첫사랑의 재회를 꿈꾸며 텁텁한 막걸리 한 잔과 파전을 건네주고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라도 불러보자 긴 밤을 지새우며 걸엇던 둑길 새벽이슬을 묻히며 도망치던 젊음 그리고 사라진 사랑과 우정들 화사랑으로 모여라 반드시 백마역에 ..

나의 소식 2020.12.22

《독서가 힘이다 5》

˘ 아름다운 이름, 아름다운 인생 - 존 윌리엄스 《스토너》를 읽고 금동원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탄생의 축복으로 지어진 이름은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최초로 불리고 자신의 분신이 된다. 이름을 갖는다는 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름이 모든 것을 규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우리 삶은 어떤 의미로든 결코 가볍지 않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사는 동안 우리는 모두 살아가는 존재이며 살아있는 존재가 된다. 이름은 어느 한 인간의 일생을 대신하며 이름과 함께 태어나 아름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로서 남는다. 소설 《스토너》는 우리 자신들의 삶일 수도 있는 문학과 책을 사랑했던 한 사람의 아름다운 이름, 아름다운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스토너군, 이 소네트의 ..

나의 소식 2020.12.12

이동주 시의 에로티시즘

이동주 시의 에로티시즘 금동원 이동주의 시를 읽는다는 건 나에게 흥미로운 도전이다. 그는 1920년생이다. 올해는 특별히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고 문인들에 대한 작품 세계를 새롭게 고찰해보는 연구가 학계와 시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고유의 정한을 바탕에 둔 새로운 관점의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보다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민족적 가치의 세계관으로 확대해석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동주는 한국적인 전통을 가장 잘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동주의 시를 읽고 해석한 비평가들과 연구자들은 대부분 그의 시에서 ‘한으로 풀어낸 전통 서정시’라는 시적 분위기를 전한다. ‘한을 토대로 신명 나게 놀고, 산조와 율의 언어로 다시 한을 풀어내는 민족 고유의 전통적인 슬픔과 한의 정서를 품격있고..

나의 소식 2020.11.12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497번지

차를 마시며 외 1편 금동원 1. 겨울 내내 차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짙어진다 비바람을 견디며 여린 잎은 세상을 경계하는 얇은 막을 풀고 땅 속에서부터 단단하게 밀어올린 고통과 뜨거움이 숨어있는 가장 보드라운 연둣빛 잎을 피운다 2. 새의 혀처럼 가녀리고 보드라운 잎사귀는 인내의 맛 아픔의 맛 헌신의 맛 견딤과 어울림의 맛 기다림의 고통을 덖으며 만들어낸 은은하고 맑은 완성의 향을 우려낸다 3.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결실에는 차 잎의 아픔과 짓이김 속에 뜨거움으로 치대고 비비고 쥐어짜면 배어나오는 푸른 피 상처를 품고 견딘 빛나는 몸의 부활 아홉 번의 덖음은 연약함을 이겨내고 숙성된 피의 맛으로 향기롭고 신선한 햇차가 된다 4. 가장 순결한 첫 잎의 차 맛은 제 몸을 던져 만든 마지막 사랑 삶이란 언제나 견..

나의 소식 2020.10.29

고통과 인내 끝에 완성한 인생, ‘달항아리’

고통과 인내 끝에 완성한 인생, ‘달항아리’ 김나영 기자 승인 2020.04.14 18:42 금동원 시인, 시집 ‘시 속의 애인’ 금동원 시인 “하늘을 품고서야 단아한 달항아리로 승천한다.” 단아한 달항아리가 완성되기까지 고통과 인내가 인생과 연결됐다. 금동원 시인이 써내려 간 시집 ‘시 속의 애인’이다. 금 시인은 여덟 편의 ‘달항아리’ 연작으로 물과 불이 섞여 고통을 견디며 태어나는 달항아리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인생의 이면을 드러낸다. 실제 취미로 도예 작업을 하는 금 시인은 삶의 완성으로 가는 험난함을 ‘고개’로 표현하고 이에 놀이적 요소를 접목했다. 마치 ‘칼놀이’를 거치지 않으면 흙덩이에서 한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 완성을 위해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

나의 소식 2020.08.17

금동원 시집 해설 -《시 속의 애인》

[금동원 시집 해설] 몸, 시를 향하다 김 주 연(문학평론가) 1. 『육체의 고백』이라는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다. 미셀 푸코의 저서인데「성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 관한 소감을 물론 이 자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데, 다소 뜬금없이 이 책, 그것도 ‘육체의 고백’이라는 제목이 연상되었다. 육체가 주체가 된, 육체가 말하는 고백이 그 뜻일 터인데, 이 시집의 어느 부분이 그와 연관된 것일까. 시인 금동원에게서 그 관계는 시집 첫머리「달항아리」연작에서 포착된다. 스며들면 스며들수록 부드러워진다 입자의 강렬한 엉킴은 집착처럼 느껴지다가 서로를 배려하는 연인처럼 다정하다 삶이란 적당히 서늘할 때 가장 원초적이고 안정적일 수 있다는 자각 태초에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를 운행하였다고 했던가. ..

나의 소식 2020.06.30

탐색, 그리고 질문

탐색, 그리고 질문-금동원 시인께 가끔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그런 시인의 길을 똑바로 걷고 있는 것인지. 내가 어지간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금동원시인은 수시로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질문을 하는 시인이다. 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시인의 길을 올곧게 가는, 흔하디흔한 속물적인 시인과는 거리가 멀다.금동원시인의 질문법은 타자他者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녀의 질문은 차분하다. 답변 또한 차분하다.‘돌고 도는 게 인생인가빙빙 돌아가는 물레의 리듬을 타고엉켜있던 삶의 의문들을사과를 깍 듯이 한 겹씩 벗겨낸다왜 살아요? 질문에는 묵묵부답‘  -일부때로는 침묵처럼 훌륭한 대답은 없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시인의..

나의 소식 2020.06.05

동행 /금동원

동행 금동원 나란히 걸어가는 숲길은 사려깊다 웃음과 웃음이 섞여 따뜻하고 가슴에 새겨지는 반짝이는 별빛 눈으로 웃고 마음으로 보면 사람 냄새 가득한 재잘거림 종소리 같고 너와 내가 사라진 공간에는 우리라는 이름의 친구가 생겨 소박하게 터벅터벅 맑고 향기롭게 홀로 걷는다 해도 이길 외롭지 않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게시 위치 (8곳) 2호선 성수 7ㅡ1 문래 8ㅡ2 3호선 지축 (오금방면) 2ㅡ3 잠원 (대화방면) 4ㅡ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상일동방면) 6ㅡ3 6호선 녹사평역(봉화산방면) 5ㅡ4 7호선 공릉(온수방면) 4ㅡ3 9호선 삼전(개화방면) 4ㅡ3

나의 소식 2020.05.14

금동원 시집 『시 속의 애인』

시 속의 애인 금동원 애인은 내가 좋아하는 푸른 빛으로 물 속에 잠겨있다 돌연 반사되어 온몸은 파랗게 멍들고 세포 하나하나의 숨구멍은 모두 열려있다 도망쳐! 어서 달아나기를 사랑은 언제나 그림처럼 액자에 묶여 벽에 걸려있고 사람들은 서성인다, 무언가를 탐문하듯 어땠어요? 물 속의 애인에게 묻는다 봄은 돌아오고 또 돌아간다 비는 내리고 또 멈춘다 문득 물 속에 잠겨 점점 짙어지는 푸른 빛의 애인을 향해 손짓한다 우리는 갇혔어요 삶과 죽음 사이에 시와 시인 사이에 치마와 바지 사이에 과거와 미래 사이에 마지막까지 물 속에 있다 시 속의 애인이여 -시집 『시 속의 애인』, (서정시학, 2020)

나의 소식 2020.03.08

《 독서가 힘이다 4 》

자기 구원의 글쓰기 -이승우 《캉탕》을 읽고 금동원 우리는 모두 과거를 살아왔다. 타인은 알 수 없는 제각각의 비밀스러운 삶의 의미들을 품고 누구나 어제를 걸어왔다. 나는 잘 살아왔는가. ‘나’라는 존재는 과거를 관통해오면서 ‘현재’라는 시간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고 있는가.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자 어제의 미래다. 살아 있는 한 지나온 시간들로부터, 앞으로 살아갈 시간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상처와 흔적으로부터 도망쳐 아주 먼 곳으로 숨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가. 지금 살고 있는 ‘여기’를 떠나고 싶을 때는 없는가.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아예 돌아가지 않고 사라지고 싶었던 시간은 없었는가. 캉탕에 모인 세 남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다른 세계로의 동경은 이 세계로의 ..

나의 소식 2019.12.10